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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매경시평] 대학·혁신 벤처의 글로벌 현지 협력 캠퍼스 구축

입력 : 
2021-06-28 00:05:02
수정 : 
2021-06-28 07: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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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혁신예산 크게 늘었지만
국제협력은 한국 위상과 거리
미·중갈등으로 中기업 밀릴때
혁신 대학·벤처 등 선단 이뤄
실리콘밸리에 교두보 마련을
사진설명
디지털 대전환과 팬데믹으로 세계는 유례 없는 재정 확대를 통한 전방위적 혁신 경쟁에 들어섰다. 우리 정부도 2019년과 2020년 연구개발(R&D)에 각각 20조6000억원, 23조90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2021년에는 27조4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연 11.5% 이상의 증가율이다. 벤처 투자는 2016년 2조1500억원에서 2019년 4조3000억원으로 3년 만에 두 배가 된 후 2020년에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2019년 수준을 유지했다.국내총생산(GDP)의 0.22% 규모로 이스라엘(1.63%), 미국(0.64%)보다는 낮지만 중국(0.16%)보다 높다.

실제로 필자가 느끼기에 대학의 실험실 창업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벤처 활성화는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저성장과 청년 실업, 노령화, 인구 감소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길이다.

그러나 늘어난 국가 예산 규모에 비해 혁신 투자의 모습이 국내 이해당사자들의 시각을 넘어 기후변화 대응 등 국제 정세 변화 대응 전략을 담고 있는지 의문이다. 낮은 국제 R&D 비중과 모태펀드의 제한된 해외 투자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거리가 멀다. 우리만의 운동장에서 토종 씨앗만을 고집하며 우리만의 자본으로 키우는 혁신 생태계는 경쟁력이 높을 수 없다.

혁신은 단절돼 있는 사일로(silo)가 아닌 네트워크에서 일어난다. 현대의 노벨상이 단절된 실험실에서 나올 수 없는 것처럼 파괴적 산업 혁신도 혁신을 추구하는 주체의 경쟁력과 그 주체가 속한 네트워크의 경쟁력에서 나온다.

혁신 네트워크의 경쟁력은 민간 주도의 실리콘밸리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혁신 씨앗인 원천 기술과 인재를 남들이 미처 인지하지 못한 시장의 문제와 접목해 시장 파괴적 비즈니스로 키우는 실리콘밸리는 성공한 창업자, 예비 창업자, 스탠퍼드와 버클리와 같은 선도 대학의 교수와 연구원, 한때는 스타트업이었던 애플, 구글 같은 대기업으로 이뤄진 거대한 네트워크로 작동한다.

벤처캐피털은 자본 외에도 창업자에게 비즈니스 노하우와 필요한 인재, 협력 네트워크를 공급한다. 이들은 성공한 창업자와 경영자, 시장 영향력이 있는 기업을 투자자로 끌어들여 연관된 벤처들을 발굴하고 신뢰 관계가 쌓인 벤처캐피털끼리 공동 투자한다. 정부 대신 벤처 로펌이 50년간의 실리콘밸리 케이스를 압축한 표준계약서로 이 네트워크의 실질적 거버넌스를 정한다. 벤처기업의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에 이 무형의 네트워크 가치가 발현되면 회사는 빠르게 큰 규모로 성장한다.

실리콘밸리에는 혁신 기업과 혁신 인재의 성장과 순환 사이클이 빠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 가치를 두는 창업자가 성숙한 회사를 전문경영인이나 다른 회사에 넘겨주고 그동안 얻은 경험과 새로운 아이디어로 새 벤처를 세운다. 시장이 크면 회사의 가치가 커지고 새로운 기회가 많다. 창업자가 회사 소유에 대해 집착할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가 실리콘밸리와 같은 네트워크를 갖추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글로벌 벤처를 키우려면 혁신 자본이 한국의 경계를 넘어 글로벌화돼야 한다. 모태펀드가 해외 벤처캐피털에 투자하고 한국의 벤처캐피털이 글로벌 시장의 유망한 벤처에 투자해야 우리 벤처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할 길이 열린다. 혁신의 씨앗을 만드는 대학도 학문적 경계를 넘어 글로벌 산업 혁신의 현장에 진출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첨예한 기술 패권 다툼으로 실리콘밸리에 진출했던 중국 기업과 자본이 밀려난 지금이 실리콘밸리에 혁신 대학과 벤처기업, 벤처캐피털, 중견기업이 대기업과 함께 선단을 이뤄 전략적 교두보를 마련할 시점이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도 한국의 전진 기지 구축을 반길 것이다.

[차상균 서울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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