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통법 개정안, PEF '기관투자자' 범위 놓고 시행령서 논란 예고
입력 2021.06.09 07:09|수정 2021.06.10 10:23
    자본시장법 개정안 오는 10월부터 시행
    일반기업, 해외연기금 LP 포함 여부에 주목
    상장사만 LP 인정 의견에
    “재무안정성 담보하는 것 아냐” 반론도
    해외 연기금 LP포함 여부, 국내외 대형 PEF 형평성도 거론
    • 자본시장법이 개정됨에 따라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투자 범위가 크게 늘어나게 됐다. 이제는바이아웃(경영권거래)이 주목적인 PEF들의 발목을 잡았던 10%룰이 폐지되며 소수지분 투자의 길이 열렸고, 기업에 대한 직접 대출도 가능해졌다. 다만 기관전용 PEF의 출자자(LP) 범위는 논의 중인 시행령 개정에 따라 확정되는데 자칫 PEF들의 운신의 폭이 줄어들 우려가 있단 지적도 나온다.

      사모펀드 분류체계를 개편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오는 10월 21일부터 시행된다. 기존 사모펀드의 분류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로 구분됐으나 ▲기관투자가로만 구성된 ‘기관전용 사모펀드’ ▲모든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 사모펀드’ 체제로 개편한다.

      과거 경영참여형 PEF의 경우 운용목적에 부합하도록 하기 위해 기업의 지분 10%이상만 투자하도록 제한돼 있었다. 글로벌 또는 리즈널 PEF들이 국내 유니콘 기업들에 대한 소수지분 투자가 활발했던 것과 반대로 국내 PEF들은 10%룰 및 이사선임 규정에 가로막혀 이 같은 투자는 하지 못했다. 앞으론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에 대한 소수지분 투자, 은행과 증권사들의 전유물이던 기업에 대한 직접 대출도 가능해졌기 때문에 투자 반경이 크게 넓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국내 대형 바이아웃 PEF들은 기업의 특수한 상황에 투자하는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SSF) 또는 크레딧펀드 등을 신설해 영역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MBK파트너스와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은 수년 전부터 SS펀드를 활용한 투자를 진행했고, IMM PE와 VIG파트너스는 올해 각각 IMM크레딧솔루션과 VIG크레딧을 신설했다.

      일단 기존에 경영참여를 주목적으로 하는 블라인드펀드에선 투자하기 어려운 대상들이 신설SS펀드 및 크레딧펀드의 주 타겟이 될 전망이다. 최근 IMM PE가 SK루브리컨츠의 지분 40%에 투자한 거래는 IMM크레딧솔루션의 신설 이후 첫 투자 대상으로 기록됐다. 향후 기관전용 PEF들은 10% 내외의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는 기업 대출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할 가능성도 크다. 기존 주요 은행 및 국내IB들의 대출시장은 약 4~5%대의 비교적 저금리 시장이기 때문에 조달금리를 고려하면 틈새시장을 만들기 어렵다. 다만 특수한 상황에 몰린 법인들 또는 이해관계가 맞는 기업들은 PEF를 활용할 여지가 늘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함에 따라 기존 대형 PEF들이 활동 반경이 훨씬 넓어지게 되면서 기대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며 “시행령이 확정되면 각 운용사별로 구체적인 투자 전략을 마련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맞춘 시행령을 개편하고 있다. 오는 10월 개정안이 시행되기 때문에 앞으로 1~2달 내에 시행령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기관전용 사모펀드 LP의 범위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 여부다.

      현재 국내에서 기관투자가로 인정받는 주체는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기관 및 연기금·공제회 등이다. 예금보험공사와 KIC 등과 같은 특수법인도 이에 포함된다. 해외 기관투자가는 외국 정부 및 각 국가 중앙은행, 국제기구 등이 대상이다.

      현행법상 일반법인, 즉 기업들은 기관투자가 범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혼선이 예상된다. 몇몇의 초대형 PEF 운용사를 제외하곤 기관투자가로 분류될 과거의 경영참여형 PEF들은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중견기업의 자금을 모집해 펀드를 결성해 왔다. 향후 일반 법인이 LP의 대상에서 배제될 경우 다수의 PEF들이 펀드결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네이버와 같은 국내 대형 IT 기업들은 운용사에 자금을 맡겨 활발한 투자를 펼치고 있지만 이 같은 활동에도 제약이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일반 법인의 LP로서 인정 여부를 두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기도 한다.

      사실 PEF 투자의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기관들만을 대상으로 LP로 인정하자는 취지의 개편안이기 때문에 중소형 법인은 LP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방법론으론 한국거래소의 검증을 마친 상장회사만을 LP로 인정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재무적 여력과 투자의 리스크를 감내한다는 측면만 비쳐봤을 때 과연 상장사의 지위가 기업의 재무적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인가는 별개 문제다.

      국내 대형 PEF 대표급 관계자는 “일반 법인 자체를 LP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국내 대기업들의 투자활동이 상당히 위축될 수 있고, 다수의 PEF들이 제한된 기관투자가만을 두고 펀드레이징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기업들의 LP 인정을 두고는 일부 PEF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 연기금들이 현행법상 LP의 대상에서 배제돼 있는 점 또한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소형 PEF들을 차치하고 국내 대형 PEF들 가운데는 해외 연기금들의 자금을 받아 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PEF 운용사가 국내 법인일 경우엔 현행법을 따라야하지만, 국내 법인에서 투자 활동을 벌이는 외국계 PEF들은 펀드레이징에 대해 국내법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민감한 사안으로 분류된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외국계 PEF들은 펀드레이징 및 투자 활동에 대한 제약이 없다”며 “자칫 이번 개정안이 또다른 제약을 만들어 낸다면 해외 연기금 등의 자금을 유치할 규모가 되는 국내 PEF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