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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 누적자금 100조…구조조정 큰손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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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인수기업 실적 개선에 앞장
투자실패율 글로벌PEF의 절반
장애인 고용 등 ESG 성과도

유동성 넘쳐 추가 수익 노리는
연기금 등 수조원 출자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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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참여형 사모투자펀드(PEF)가 굴리는 자금이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을 주도해온 PEF가 기업 지배구조상 핵심 주체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자본시장 전체에서 입김이 커지는 '펀드(PEF) 자본주의' 확산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경영참여형 PEF가 연기금·공제회 등 주요 기관투자자 등 출자자(LP)로부터 모집한 자금이 100조488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04년 약정액 4000억원으로 시작해 도입 17년 만에 250배 이상 급성장한 것이다. 2013년 44조원 대비 2배가 넘는 금액이다. 최근 들어서는 분기별로 3조원 이상 자금이 PEF 시장으로 유입돼온 셈이다.

이처럼 자금이 급속히 늘어날 수 있는 데는 국민연금, 교직원공제회, 사학연금관리공단 등 국내 주요 연기금·공제회·보험사 등 큰손이 PEF에 매년 수조 원씩 신규 출자를 단행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최근 시중 자금이 넘쳐나는 가운데 플러스 알파(α) 수익률을 노리는 기관투자자 자금이 PEF를 통해 기업 M&A로 몰려들면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왔다.

삼일회계법인과 머저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이뤄진 거래 규모 상위 20건 가운데 계열사 거래를 제외한 17건 중 10건을 PEF가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서도 4월까지 성사된 M&A 18건 중 9건이 PEF가 매각 또는 매수 주체로 나선 거래로 파악됐다.

투자 실적도 우수하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PEF는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총 879건 투자를 단행했으며 이 중 30건만이 투자에 실패했다.

투자 실패율은 단 3.4%로 글로벌 PEF 평균 투자 실패율 6% 대비 절반에 그쳤다.

이는 PEF가 국내 기업 지배구조상 핵심 주체로 급부상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PEF는 재벌이나 창업자 일가, 채권단 등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오너 일가 갑질 논란에 시달리던 한진칼과 지분 대결을 펼친 PEF 강성부펀드(KCGI)가 대표적이다. 소수 개인주주 차원에서는 나서기 어려운 문제에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한 KCGI가 대량 지분 매입으로 대응하면서 그룹의 기업 개선 노력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PEF는 5년 안팎으로 비교적 단기간에 엑시트(EXIT·이익실현)해야 하는 특성상 새로운 경영기법 도입 등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기업의 외형과 내실을 키우는 것은 물론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메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 덕분에 기업과 직원들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막대한 차익만 노리는 '기업사냥꾼'이나 마른 수건 쥐어짜듯 비용만 절감해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선입견에서도 점차 벗어나고 있다. 최근 남양유업을 인수한 한앤컴퍼니는 일각의 기업사냥꾼 주장과 오너가 파킹거래 의혹에 '임직원 고용 승계'를 약속하고 오너가 재매각 불가 방침을 내놓으면서 장기투자로 기업가치 향상을 약속했다.

PEF는 ESG(환경·책임·투명경영) 측면에서도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PEF 운용사 중 하나인 IMM PE는 할리스커피, 태림포장, 대한전선을 차례로 인수 후 매각하면서 ESG 실천에 앞장섰다. 할리스커피는 임직원이 3배 증가했고, 장애인 고용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태림포장은 유해화학물질 미사용 사업장으로 탈바꿈시킨 뒤 폐수 재활용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대한전선은 IMM PE가 인수한 뒤 밀린 임금을 지급하고 스톡옵션을 부여하며 임직원들 사기를 북돋웠다. IMM PE가 투자원금 대비 거둔 수익은 할리스커피 1.8배, 태림포장 2.2배, 대한전선이 2.2배다.

[강두순 기자 / 진영태 기자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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