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 "AI 등 딥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하라"
“일시적인 ‘거품’ 유니콘 기업과 ‘진짜’ 유니콘 기업이 나뉘는 시기가 올 겁니다. 더 거친 경쟁에도 살아남을 기업에 투자해야 합니다.”

벤처캐피털(VC)업계 베테랑인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 매체 마켓인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때처럼 벤처 붐이 확 꺼지는 일은 없겠지만 숨가쁜 투자 열풍이 속도 조절에 들어가면서 스타트업 가운데 옥석이 가려지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최근의 벤처투자 열풍을 “변화에 익숙해져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거래로의 전환 등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사라지고 언젠가는 이 투자 열풍에 조정이 오겠지만 ‘메가 트렌드’의 변화는 방향성을 확실히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과도하게 높다고 보는 시각이 많은데 이는 변화의 방향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나타나는 눈높이 차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특히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딥테크(기저기술)산업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콘텐츠·플랫폼 분야가 전성시대를 맞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집약한 딥테크 스타트업이 뜰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 대표는 “화려한 플랫폼 기업만 주목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밑에서는 딥테크 기업들이 차곡차곡 성장하고 있고 이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스마트폰이 추동하던 혁신의 흐름이 AI 등으로 넘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6년 설립돼 500곳 이상 기업에 투자한 LB인베스트먼트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해오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초기에 발굴해 과감히 베팅한 뒤 팔로온(후속 투자)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하이브(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컬리(마켓컬리), 무신사, 직방, 카카오게임즈 등이 LB인베스트먼트의 손을 거쳤다.

김종우/황정환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