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등 주요 국책은행, 모험자본시장 투자 확대 나서

직접 투자 뿐 아니라 모험자본 기반의 펀드도 조성 ... 정책적 지원도 필요해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왼쪽)과 이동걸 KDB산업은행장. 사진. 각사.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왼쪽)과 이동걸 KDB산업은행장. 사진. 각사.

[미디어SR 김병주 기자] 국책은행들이 모험자본시장 투자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모험자본 시장 투자를 혁신금융 전략의 한 축으로 삼고, 투자처 찾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 규모를 축소하는 기조 속에서 이러한 국책은행들의 시도가 금융권, 나아가 투자업계에 어떠한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올해도 모험자본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전년 대비 그리고 올해 예상했던 모험자본 투자 예측 규모를 이미 넘어선데 이어, 다양한 투자처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모험자본 투자에 필요한 투자금 유치 및 펀드상품 개발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로 금융업계와 벤처투자(VC)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권에서 직접 혁신 기업‧스타트업‧한국판 뉴딜분야에 투자한 모험자본 규모는 5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물론 투자가 아닌 대출과 같은 금융지원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그 중심에는 국책은행들이 우뚝 서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모험자본 3307억원을 공급하며 이같은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올해들어서는 이미 지난 4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한 1800억원을 공급한 상태다.  

IBK기업은행은 혁신기업 지원 강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오는 2022년까지 모험자본 1조 5000억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신성장‧혁신(ICT서비스, 바이오·의료, 지식기반서비스) 분야에 중점 투자하고 있다.

특히 IPO(기업공개)에 성공한 기업 또한 2019년 3개에서 2020년에는 10개로 3배 이상 증가하는 등 모험자본이 기업의 퀀텀점프를 뒷받침 하는 모범적인 사례를 남기기도 했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올해 역시 지금까지 3개 기업이 상장한데 이어, 상반기 중 추가로 3개 기업이 IPO를 앞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기업은행은 이러한 지속적인 모험자본 투자를 통해 올해 말까지 15개 기업의 IPO를 성공시키겠다는 목표를 다지고 있다.

KDB산업은행도 모험자본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체 투자에 더해 정책펀드 조성을 위한 노력에도 집중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실제로 현재 한국성장금융과 손잡고 ‘소재·부품·장비분야 투자 전용 블라인드 펀드’ 조성에 나서고 있다. 해당 펀드는 우수한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업에게 모험자본을 공급,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자립화 촉진 및 글로벌 차원의 공급망 확장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될 예정이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산업은행측은 “펀드 조성 취지에 부합하는 위탁운용사 3곳을 오는 5월말까지 선정, 3000억원 이상의 블라인드 펀드를 연내 조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직접투자를 위한 지원도 이어가고 있다. 이미 스타트업과 투자자에게 각각 투자유치와 우량 투자처 발굴의 기회를 제공하는 산업은행의 시장형 투자유치플랫폼 ‘KDB넥스트라운드’는 국내 대표 벤처투자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산업은행은 또 최근에는 해외 진출을 도모하는 국내 스타트업을 돕기 위해 ‘창업의 메카’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캐피탈을 설립하기도 했다. 자본금 500만 달러(약 56억원)으로 설립된 ‘KDB Silicon Valley LLC’는 향후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과 유니콘 기업으로의 성장까지 전 단계를 지원한다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전망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현지법인이 문을 열고 추가 자본이 투입되면, 이르면 연내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국책은행들이 모험자본 투자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국내 모험자본시장의 특징과 밀접하게 연계돼있다.

애초 국내 모험자본시장은 정부 또는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형태로 발전해왔다. 산업정책의 연장선상에서 특정 산업의 성장을 지원했고, 여기에는 정부가 조성한 정책자금이 종잣돈이 됐다. 이후 정부가 주도하는 모험자본시장에 민간 기관이 합류하면서 ‘벤처캐피탈 시장’의 초석을 다질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국책은행의 역할이 매우 컸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특히 2000년대 후반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불확실성이 커진 당시, 정부 정책에 발맞춘 국책은행들의 지속적인 금융 지원은 다소 위축됐던 창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금융업계에서는 국책은행, 나아가 민간 시중은행들 역시 모험자본시장 투자 규모를 더욱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금융권의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의 일환으로 창업생태계 조성 및 투자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예상을 뒷받침한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향후 국내 은행업계의 모험자본 투자 규모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모험자본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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