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IR 이 대세...개방형 비대면 벤처투자시장 '활짝'

벤처투자시장에 온라인 투자설명회(IR)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폐쇄적으로 이뤄지던 투자유치나 기업 소개 관행이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개방형 온라인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전용 IR 플랫폼의 도입도 늘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성장금융, 산업은행, 무역협회, 벤처캐피탈협회 등 정책금융기관과 관련 협·단체는 최근 연이어 온라인 IR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온라인IR 이 대세...개방형 비대면 벤처투자시장 '활짝'

다음달 28~29일 이틀간 산업은행과 무역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페어 '넥스트라이즈'에는 현재 800여개 스타트업이 현재 해외 대·중견기업과의 온라인 1대1 미팅을 신청했다. 무역협회에서는 스타트업 500~600개 가량을 선발해, 총 2000회의 온라인 미팅을 실시하는 것이 목표다. 최종 선발 기업의 약 2~3배에 이르는 스타트업이 최종 신청할 것으로 무역협회는 관측하고 있다. 투자유치부터 해외 진출 등 등 다양한 연계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코리아 핀테크 위크에도 60여개 핀테크 스타트업이 IR을 신청했다. 최종적으로 43개 기업을 선발해 온라인IR을 실시할 예정이다. 코리아 핀테크 위크는 올해 처음으로 온라인IR을 도입했다. 벤처캐피탈협회는 다음달 인수합병(M&A) 희망기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IR을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 IR에 참여하는 투자사의 면면도 금융사와 대기업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개시한 ICT 비대면IR에는 이동통신 3사와 별정통신사, 삼성전자, LG CNS 등 대기업이 여럿 참여했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온라인IR을 확대하는 동시에 참여 대상을 꾸준히 넓히고 있다.

온라인 IR은 지난해 코로나19를 계기로 확신되고 있다. 시간과 지역에 구애받지 않는 게 장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창업기업의 IR은 사업 아이템과 대표자의 비전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면서 “발표가 미숙해 기업의 강점을 설명하지 못했던 기업도 온라인IR에서는 사업 아이템을 효과적으로 전달해 눈에 띄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온라인IR 확산으로 투자유치 문턱이 낮아지면서 초기 투자기관 사이에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 투자 유치를 원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이전보다 다양한 투자자에게 소구할 수 있다. 과거 특정 학맥과 인맥을 바탕으로 투자자를 소개받아 알음알음 이뤄지던 폐쇄적 투자 관행도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한 액셀러레이터 심사역은 “벤처투자시장의 주체가 대기업부터 금융회사까지 다양해지면서 업계 평판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투자자가 '갑'이라는 말은 이제 더는 통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자체 IR 플랫폼을 가동하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대카드 등 오픈이노베이션을 추진하는 대기업 다수는 이미 온라인으로 스타트업을 상시 모집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업체 와디즈도 자체 온라인IR 플랫폼을 지난 1월부터 가동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투자유치 플랫폼 '넥스트라운드'를 온라인으로 확장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온라인IR로 투자유치를 위한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면서 “우수 기업이 먼저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벤처캐피털의 사전 준비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