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티넘인베스트, 5500억 '국내 최대 벤처펀드' 조성 마무리
벤처캐피털(VC)업계 ‘맏형’으로 불리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이하 에이티넘)가 국내 최대 규모의 벤처펀드 조성을 마무리한다. 설정액은 5500억원에 이른다. 연이어 수천억원대 펀드를 내놓으며 ‘대형 펀드’ 바람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신기천 에이티넘 대표와 황창석 사장은 지난 11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 매체 마켓인사이트와 만나 “3차 자금 모집에 나섰던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2020’의 결성을 12일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VC업계에 따르면 이 펀드의 총 출자금은 5500억원 규모로 조성된다. 앞서 지난해 말 1, 2차 모집을 통해 4669억원을 끌어모았다. 국민연금공단, 한국산업은행, 우정사업본부, 교직원공제회 등이 주요 출자자(LP)로 참여했다. 내부수익률(IRR) 15%를 목표로 삼았다. 신 대표와 황 사장을 비롯해 맹두진 부사장과 김제욱 전무가 펀드의 핵심 운용 인력으로 구성된다.

이로써 국내 최대 규모 펀드 기록을 또다시 경신하게 됐다. 2014년 업계 최초로 2000억원대 펀드를 결성한 데 이어 2018년에는 3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내놓으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신 대표는 “이번 펀드는 이전에 참여했던 LP들이 전체 출자금의 80% 이상을 책임졌다”며 “그동안 우리가 운용해 온 펀드의 성과와 과정에 신뢰가 쌓였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펀드는 건당 20억원 내외의 투자가 이뤄지는 초기 단계 기업 투자부터 건당 100억원 안팎의 투자가 집행되는 2차 성장단계 기업 투자까지 한 펀드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딥테크(기저기술), 제조, 플랫폼,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포트폴리오에 담길 예정이다.

에이티넘은 ‘원 펀드(One-Fund)’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투자 재원 소진 시까지 하나의 대형 펀드에 투자 역량을 집중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펀드 규모가 크면 초기 기업이 성장한 뒤 후속 투자를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전략은 수익성으로 증명됐다. 최근 청산한 3개 펀드의 IRR은 각각 30.9%, 20.3%, 11.9%로 나타났다. 아직 청산되지 않은 나머지 펀드들도 공정가치 기준 IRR이 평균 20%를 넘는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