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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자금 못받나"…코너 몰린 중소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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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추진

기관전용펀드 출자대상 법인
대기업·금융사만 허용 가능성

중소 운용사는 자금 공급 막혀
돈줄 마른 中企가 피해볼수도

당국 "자격 범위 7월께 확정"
◆ 레이더 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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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사모펀드(PEF) 규제 일원화법이 시행되는 가운데 정부가 기관 전용 사모펀드에 대한 출자자(LP) 제한 규정을 신설할 방침이다. 모호한 기관투자자의 정의를 명확하게 하고, 손실감내능력이 있는 전문·법인투자자를 구분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시장에서는 출자자를 대기업·대형 기관만으로 제한할 경우 그동안 중소·중견기업의 출자를 받아온 중소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고사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기존 전문투자형(헤지펀드) 사모운용사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운용사의 규제 일원화를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오는 10월 시행을 앞두고 세부 시행령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시행령은 7월 전후로 발표될 전망이다. 이번 규제 일원화를 통해 경영참여형 PEF는 기업 투자 시 지분 10% 이상을 확보해야 하거나, 전문투자형은 경영 참여를 하게 될 경우 의결권 행사에 제한을 받는 규제가 사라지게 된다. 사모펀드에 별도 투자 규제가 사라지고, 해외 펀드처럼 지분 투자나 경영권 투자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펀드 자금을 모으는 형식에 따라 기관 전용 사모펀드와 일반 사모펀드로 구분하고, 기관 전용은 연기금, 금융사, 기업에서 출자를 받아야 하며, 일반은 최소 투자금액 3억원을 기준으로 개인이나 법인 등에서 자유롭게 투자받을 수 있다. 일반 사모펀드는 개인에게도 출자를 받는 만큼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기관 전용에 비해 불완전판매 등에서 강한 규정을 적용받을 전망이다.

사모펀드 업계 관심은 기관 전용 펀드의 출자자 제한 규정이다. 출자자 자격과 범위를 설정하는 것으로 그동안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사모펀드 운용사의 자금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기관투자자 전용 펀드에 중소·중견법인의 참여를 제한하는 쪽으로 시행령이 추진되고 있다"며 "다수 법인의 출자를 통해 펀드를 조성해왔던 중소형 PEF 운용사의 경우 향후 활동 범위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간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 등 대형 운용사의 경우 경영참여형 PEF로 자금을 모집해왔고, 행동주의 펀드로 알려진 운용사들은 전문투자형 펀드로 투자자를 모아왔다.

만약 시행령이 기관 전용 투자자의 자격을 대기업과 금융사 등으로 제한할 경우 대형 펀드사는 기관 전용으로, 중소형 펀드사는 일반으로 조성하는 경향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경우 대규모 자금을 출자하는 국민연금, 사학연금, 각종 공제회 등은 대형사에만 집중 투자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모펀드 자금을 통해 구조조정이 더욱 절실한 중소기업들에는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을 우려가 제기되는 지점이다.

한 중소형 PEF 운용사 관계자는 "블라인드 펀드를 한번 조성하면 연기금 등으로부터 수천억 원을 출자받는 대형 PEF 운용사의 경우 상관이 없겠지만 중소형 운용사는 고사할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선 자산 기준 2조원 기업만 기관투자자로 인정해준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렇게 됐을 때 PEF시장은 거대 운용사 위주로 고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위는 오는 7월께까지 시행령을 마련해 기관 전용 펀드에 출자할 수 있는 기관의 자격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관 전용 펀드에 아무나 참여하면 입법 취지가 흐려질 수 있기 때문에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며 "중소형 PEF 운용사는 기관 전용이 안될 경우 일반 사모펀드로 출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기관 전용으로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강두순 기자 / 진영태 기자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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