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의 빛과 그림자]②기업 사냥꾼 vs.기업 구원투수로 ‘우뚝’

입력 2021-05-12 17:22 수정 2021-05-1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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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는 ‘자본 시장의 꽃’이면서 ‘포식자’ ‘탐욕의 약탈자’라는 두 얼굴을 가졌다. 경영권 사들인 후 기회가 되면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미련 없이 떠나는 속성 때문이다. 때론 위기에 처한 기업의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PEF, 투자액 14년간 5876.8% 성장… GDP 1% 육박= 기업 경영권에 투자하는 PEF는 2004년 12월 국내에 처음 허용됐다. 특히 국내 PEF 산업은 2015년 설립과 운용규제가 대폭 완화된 이후 성장세가 더욱 가속하고 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PEF제도가 국내에 허용된 지 1년이 된 2005년 당시 PEF 수는 12개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 기준 PEF 수는 855개로 집계됐다. 출자약정액은 97조105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말 약정금액 84조2767억 원보다 15.22% 늘었다.

또한, PEF의 연간 투자집행 규모는 2005년 2677억 원에서 2019년 16조 원으로 무려 14년간 5876.8% 증가했다. 2019년 GDP는 1조6422억 달러(약1787조)인 것과 비교하면 투자집행액이 GDP의 1%에 육박한 것이다. 론스타에 능욕 받던 국가는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의 사모펀드 투자국가가 됐다.

코로나 사태로 경영난을 겪는 기업들이 잇따라 사업 구조조정 매물로 등장한 가운데 PEF 운용사들의 보폭은 넓어지고 있다. 기업들에 자금을 공급하는 ‘단비’ 역할을 하고 있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대표로 있는 스카이레이크는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용 소재를 생산하는 두산솔루스를 6986억 원에 인수했다. 같은 해 소시어스-웰투시 컨소시엄 역시 두산그룹의 모트롤 사업부를 4530억 원에 사들이기로 계약했다.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대한항공은 알짜 사업인 기내식·면세 사업부를 한앤컴퍼니에 9900억 원에 매각하면서 위기 상황을 버틸 자금을 확보했다. 10년째 산업은행에 머물러 있던 KDB생명은 국내 사모펀드인 JC파트너스에 팔렸다.

이외에도 CJ올리브영(글랜우드PE), 하나투어·한국콜마 제약사업부·콜마파마(IMM PE) 등 굵직굵직한 M&A 딜에서 PEF들이 활약했다.

올해 M&A 시장에서도 PEF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PEF가 M&A를 위해 마련해놓은 자금은 20조 원 수준이다.

현재 딜이 진행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를 비롯해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부문, DS투자증권, 한온시스템, 요기요, 잠재 매물인 뚜레쥬르 등의 인수 후보로 PEF가 거론되고 있다. 한앤컴퍼니가 경영권 매각을 검토 중인 한온시스템 등의 리파이낸싱도 관심이다.

배기범 케이핀 자산운용 대표는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중수익을 원하는 투자자 관점이나 정책자금만으로는 공급이 부족한 모험자본 시장에서 민간 자본의 공급을 해야 하는 금융당국 관점에서도 사모펀드 시장은 성장세를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 여전히 행해지는 먹튀·고용불안 우려 해소 필요= PEF에 대한 긍정적 인식의 확산 속에서도 ‘먹튀’,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를 경계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일부 몇몇 펀드는 경영능력 부족으로 이익 극대화를 위해 무리하게 구조조정을 진행하거나,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지분을 사들인 후 시세차익을 노리고 단기 매각하는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노사 간 갈등은 종종 불거진다. 영화 ‘카트’와 드라마 ‘송곳’은 사모펀드 인수 과정에서 겪은 비정규직 대량해고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지난 2018년 MBK파트너스는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리츠(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뮤추얼펀드)를 만들어 일부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했지만 결국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에 실패했다.

복수의 관계자는 이베이 직원들 사이에 “MBK만 아니면 된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2017년 4월 VIG에 인수된 오토플러스도 2017~2018년 연속 적자를 냈다. 2017년 IMM인베스트먼트가 인수한 에이블씨엔씨 역시 2018~2019년 연속 영업이익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에이블씨엔씨는 미샤ㆍ어퓨 등을 운영하는 화장품 회사다.

이러한 부정적 사례를 막기 위해 운용역량(투자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제고하는)의 개선이 지속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PEF에 투자하는 LP(유한책임사원)의 심사 강화와 PEF가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와 기업자산을 보호하도록 하는 의무를 신설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이동기 사무금융노조 금융정책위원장은 “유럽연합(EU)에서는 대체투자펀드 운용 지침이라고 해서 경영권 인수 시 목적과 계획 공시, 노동자에 대한 공시와 보고의무, 레버리지 및 자산운용에 대해 감독기관에 보고하라는 게 입법화돼 있다”며 “이러한 사모펀드 관련 특별규제가 도입되면 바이아웃 사모펀드의 부정적 영향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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