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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F2021] "노는 물이 달라졌다"…세계로 뻗는 韓 스타트업

[코리아 테크 프리미엄]③누적 투자금 10억원 이상 토종 스타트업 909곳…"조 단위 엑시트도"
韓 스타트업 생태계, 글로벌로는 '걸음마' 수준…"규제 개혁 등 필요"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2021-05-10 06:30 송고 | 2021-05-10 11:17 최종수정
편집자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옛말이 됐다. 일본의 기술력과 중국의 가격경쟁력 사이에 끼여있는 '샌드위치' 신세도 벗어나고 있다. 세계 IT 시장에서 '변방' 취급받던 한국 기업이 글로벌 초대형 플랫폼을 사들이는가 하면 한국인 창업자가 이끄는 스타트업이 해외 자본의 잇단 러브콜을 받으며 '조'(兆) 단위 잭팟을 터뜨리고 있다. '뉴스1 미래포럼(NFF) 2021'을 맞아 전세계를 호령하는 미국 빅테크의 틈바구니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K-테크 프리미엄' 시대를 조명해본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2021년 4월, 한 달 동안 이뤄진 국내 신생기업(스타트업)의 투자 총액은 얼마일까.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 4월 단행된 국내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94건, 투자 규모는 7348억7000만원에 달한다. 투자 건수와 금액 모두 1년 새 최고 수치다.

가히 '스타트업 전성시대'다. 한국인 창업자가 이끄는 스타트업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민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이들의 떡잎을 지켜본 국내·외 투자자가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으면서 스타트업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활황을 맞았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조사 결과, 지난 3일 기준 누적 투자금 10억원 이상을 달성한 국내 스타트업은 909곳, 누적 투자금 100억원 이상을 달성한 스타트업은 306곳이다. 그중에는 매각을 통해 '조'(兆) 단위 잭팟을 터뜨린 창업가도 등장했다.

토종 스타트업의 '노는 물'이 달라지면서 2000년대 초반 인터넷 기업을 중심으로 불었던 '제1의 벤처붐'을 뛰어넘는 '제2의 벤처붐'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토종 스타트업의 양적·질적 성장…'제2 벤처붐' 시대 열렸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4월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의 태동부터 발전, 최근 제2 벤처 열기에 이르기까지의 변화과정을 종합 분석한 '한국 창업 생태계의 변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창업 생태계는 지난 20년간 가시적인 양적 성장을 보였다. 중기부에 따르면 국내 신설법인은 지난 2000년 6만1000곳에서 지난해 12만3000곳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유니콘 기업(거대신생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기업)은 지난 2016년 2곳에서 지난해 13곳으로 6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벤처투자 금액은 2016년 2조1503억원에서 지난해 4조3045억원으로 성장했고, 벤처펀드 결성액 역시 2016년 3조793억원에서 6조5676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외형이 커지면서 질적 성장도 일어났다.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창업생태계 현황을 분석·평가하는 기관 '스타트업지놈'(Startup Genome)의 2020년 조사에서 최근 3년간 30위권을 맴돌던 서울은 처음으로 270개 도시 중 20위에 진입했다. 기관은 서울 창업생태계의 가치를 47조원 규모로 평가했다. 이는 상위 5개 도시의 40% 수준이다.

스타트업이 평가하는 창업생태계도 긍정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 2016년 55점에 불과했던 국내 창업생태계 점수는 2020년 71.3점까지 뛰어올랐다.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도 '쑥'

국내 스타트업이 양적·질적 성장을 이룩한 데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글로벌 창업 생태계의 팽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정부는 모태펀드를 통한 스타트업 자금 지원과 창업지원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초기 투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창업자를 보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창업자가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발판이 마련됐다.

그러나 국내 스타트업 시장의 성장은 글로벌 스타트업 시장의 성장에 기인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 1월 발행한 '코로나19 시대의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동향 및 시사점'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스타트업 투자금액 및 투자 건수는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미국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전 세계 스타트업의 총 투자액은 1957억달러였으나 지난 2018년 3466억달러까지 증가했다. 평균 투자액은 2016년 950만달러에서 2018년 1457만달러까지 커졌다. 총 투자 건수는 2016년 2만568건에서 2018년 2만3796건까지 늘었다.

다만 이러한 성장세는 지난 2019년 미·중 무역분쟁과 중국 경기 회복에 대한 부정적 전망 등을 이유로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며 주춤했다. 하지만 전 세계 스타트업의 평균 투자액 및 투자 중간값(전체 투자 중 백분위 50%에 해당하는 값)은 2019년에도 증가세를 기록했다. 지난 2019년 전 세계 스타트업의 투자 총액은 3186억달러, 평균 투자액은 1520만달러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한 지난해 1분기에는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투자 총액과 건수 모두 감소했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혁신적 아이디어와 최신 기술을 내세워 신산업을 발굴·확장하는 역할을 하면서 그 중요성이 두드러졌고, 락다운(봉쇄) 등 경제활동 제약 속에서도 지난해 2분기 스타트업 투자 총액이 반등하기도 했다.

지난해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선 코로나19로 개인 위생과 면역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바이오·헬스케어, 교육, 모바일 기반 서비스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단행됐다. 국내 스타트업에서도 유사한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대규모 신규 투자를 유치한 국내 스타트업은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 (2060억원)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 (2000억원) △'영단기' 운영사 에스티유니타스(1500억원) △쏘카(1110억원) △베스핀글로벌 (900억원) 등이다.

임정욱 TBT 대표는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스타트업 투자금액이 사상 최고액을 찍고 있는데 국내 투자 붐도 글로벌 트렌드와 궤를 같이한다"며 "불과 7년~8년 전만 해도 '한국 스타트업은 기술 기업이 없고 글로벌 진출이 어려워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좋은 기술력과 서비스를 가진 회사가 쏟아져 나오면서 충분한 투자가 이뤄졌고 국내 스타트업 시장이 글로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류 등 문화적 측면에서 한국의 위상이 매력적이게 되면서 (글로벌 스타트업 시장에서) '삼성, 현대뿐 아니라 한국의 비상장 회사 중에서도 매력적인 곳이 있다'는 인식이 생기게 됐다"며 "하이퍼커넥트나 우아한형제들처럼 글로벌 기업에 회사가 인수되는 사례나 쿠팡이 미국에 직상장하는 일도 일어났다"고 덧붙였다.

아자르 이용화면 (하이퍼커넥트 제공) © 뉴스1
아자르 이용화면 (하이퍼커넥트 제공) © 뉴스1

◇연달아 터진 토종 기업의 '조' 단위 빅딜…글로벌 자본의 '제2의 배민 찾기'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등 국민 서비스를 만들어낸 토종 스타트업이 등장하면서 '단순 투자'를 넘어 국내 스타트업을 '인수합병'(M&A) 하려는 다국적 기업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지난 2월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 또 한번 '조' 단위 인수합병 소식이 전해졌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4조7500억원)에 이어 해외 자본에 조 단위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성공시킨 하이퍼커넥트가 그 주인공이다.

비디오 및 인공지능(AI) 기반 기술기업 하이퍼커넥트는 미국 나스닥 상장사 매치그룹이 자사 지분 100%를 17억2500만달러(약 1조9330억원)에 인수하는데 합의했다. 하이퍼커넥트는 영상채팅 소셜미디어 '아자르'를, 매치그룹은 소셜 데이팅 앱 '틴더'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장공식으로 통하는 '투자→성장→회수→재투자'의 관점으로 바라볼 때,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회수와 재투자에 대한 성공 히스토리는 많지 않았다. 해외자본에 매각된 국내 스타트업 사례는 우아한형제들, 숙박 O2O 업체 여기어때(약 4000억원), AI 스타트업 수아랩(약 2300억원) 정도뿐이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이 국가 간 장벽을 허물면서 하이퍼커넥트처럼 글로벌 시장 진출에 성공하는 사례가 나타났고, 조 단위 매각 딜을 성사시키는 토종 스타트업이 연달아 등장하면서 '제2의 배달의민족' '제2의 아자르'를 찾기 위한 글로벌 자본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일례로 지난 2월 '핑크퐁 아기상어' 지식재산권(IP)으로 전 세계 키즈 콘텐츠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스마트스터디가 글로벌 대형 사모투자펀드(PEF), 벤처캐피털들과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유명 글로벌 투자사가 국내 애니메이션 스타트업과 투자 논의를 진행하는 건 스마트스터디가 처음으로 관련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스마트스터디는 최근 투자금 유치 과정에서 1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K-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글로벌 시장에서 韓 스타트업 시장은 '걸음마' 수준…규제 혁신 등 뒤따라야

그러나 자화자찬은 이르다. 글로벌 스타트업 시장 전체를 두고 봤을 때 국내 시장은 걸음마 단계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12월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 자료를 활용해 국내 유니콘 기업이 해외 유니콘과 비교해 진출 산업 분야가 제한적이며 성장세도 더디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은 총 501곳으로 미국(243곳), 중국 (118곳)과 비교해 한국(11곳)은 갈 길이 멀다.

유서경 한국무역협회 신성장연구실 연구원은 '코로나19 시대의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동향 및 시사점' 리포트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투자 친화적인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의 노력이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연구원은 "정부는 시드, 초기 단계에 과감하게 정책 자금을 투입하여 사업성과 성장성 있는 스타트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며 "스타트업 업계는 대외 환경 변화를 정확히 인식하고 이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유망 분야를 선별하고 관련 핵심 기술 개발에 집중해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마존을 벤치마킹해 동남아 시장에서 성공한 라자다의 사례처럼 스타트업 생태계 선진국의 성공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와 현지 시장에 맞추어 발전시키는 '카피 타이거'(Copy Tiger) 전략 등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과감한 규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블록체인 등 국내 스타트업 업계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산업에 대한 제도적 개혁과 모빌리티, 리걸테크 등 이익단체-사업자 간 충돌이 일어나는 산업에 대한 새로운 룰을 세팅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임정욱 TBT 대표는 "블록체인 등 신산업에 대한 유연한 규제나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한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글로벌 시장과의 연결이 잘 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럽이나 이스라엘처럼 스타트업 업계가 해외 시장과 더 많이 연결돼야 하며, 글로벌 인재들이 한국 스타트업에서 활약할 수 있어야만 한국도 실리콘밸리처럼 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글로벌 인재 확보 △국내 인재의 해외유출 방지 대책 마련 △대학 창업 활성화 지원 등이 강화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hway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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