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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탁사 거부에 사모펀드업계 피해 여전

강인선 기자
입력 : 
2021-05-05 17: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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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 20% "거절 경험"
당국, 가이드라인 마련 시급
대체투자 관련 펀드를 전문으로 운용하는 국내 한 자산운용사는 최근 설정액 100억원 미만인 신규 펀드를 설정하기 위해 시중은행 5곳과 한국증권금융 등 수탁 업무 기관을 찾았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대부분 은행이 수탁 수수료를 평소 대비 최소 2배에서 10배까지 증액해 달라고 요구하거나, 신규로 설정할 수 있는 펀드 규모나 형태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 운용사 관계자는 "해당 펀드에 출자를 약정한 기관투자자 신용등급이 모두 싱글A 등급이었을 정도로 우량하다고 자신한 상품이었지만 금융기관들이 수탁 업무를 받아주지 않아 결국 펀드를 결성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금융기관들이 수탁 업무를 거부하거나 요건을 강화하면서 중소 규모 사모펀드들의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부실 사태를 초래한 펀드 자금이 대부분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 자산이 아닌 대체투자 자산에 유입됐다는 점이 드러나며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펀드들로 피해가 집중되는 모양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도 '제2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정상적인 펀드 설정까지 지장받고 있는 현재 상황이 빠르게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초 250여 개 운용사를 대상으로 '펀드 수탁 거부 관련 사례 조사'를 진행한 결과 운용사 20%(51곳)가 "사모펀드 신규 설정에서 한 번 이상 수탁 계약이 거부됐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자산운용사에서는 자체적으로 수탁전문신탁사를 설립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A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국내 한 신탁사와 협의해 자체 신탁사를 만드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이 지난 2월부터 마련하고 있는 수탁 업무 태스크포스(TF) 가이드라인이 6월에 발표될 전망인데, 시행되는 시기는 일러야 8월로 예상된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일부 부실하게 운용된 사모펀드로 인해 건전한 사모펀드들까지 영업이 어려워진다면 사모펀드가 맡아온 기업의 자금조달, 적절한 투자처 제공 등 역할마저 저해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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