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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출신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수다]기관 물밑 소통 활약, 펀드레이징 관여는 자제②'모태·성장' 친정 정서 이해 강점, 운용사 심사과정 개입은 꺼려

박동우 기자공개 2021-04-27 09:23:19

[편집자주]

국내 벤처투자시장이 핫한 분야로 떠올랐다. 전문 인력이 VC에 속속 입문하는 가운데 한국벤처투자, 한국성장금융 등 정책출자기관에 몸담은 LP맨의 이직도 눈에 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위치에 있는 LP(출자기관)에서 GP(위탁 운용사)로 자리를 옮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LP이력은 GP에서 어떤 영향력이 미치고 있을까. 솔직한 입장을 듣기 위해 소속과 실명을 밝히지 않는 방식으로 GP로 이적한 LP출신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의 이야기를 담아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3일 10: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자 기관(LP)에서 온 벤처캐피탈리스트는 '팔방미인'이다. LP 실무진과 물밑에서 소통하는 등 활약상을 드러낸다. 한국벤처투자,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하 성장금융) 등 과거 몸담았던 친정의 정서를 잘 이해하는 강점을 갖췄다. 투자조합 규정을 파악하는 전문성도 높은 편이다.

다만 출자 사업 등 펀드레이징에 관여하는 건 자제한다. 심사의 공정성을 둘러싼 잡음이 나오는 상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LP가 운용사를 평가하는 기준과 절차가 체계화돼 있어 특정 인물이 영향력을 끼칠 여지가 없다는 게 모험자본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벤처펀드 관리·법규 파악 탁월, '대관팀'서 '준법감시인'처럼 활약

한국벤처투자, 성장금융 등 출자 기관에서 벤처캐피탈로 자리를 옮긴 이들은 주로 '백오피스' 영역에서 활약한다. 투자조합 관리부터 유한책임조합원에 벤처펀드 관련 사항을 보고하는 일을 주로 맡는다. 기관의 벤처펀드 운영 프로세스와 각종 규정, 법령을 꿰뚫고 있어 LP 실무진과 서면으로 소통하는 데 능통하다.

A씨 : 최근 출자기관에 신입 직원이 늘고 투자조합 관리 규정이 복잡해졌다. 기관 실무진과 운용사 간 소통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출자기관과 이야기를 나눴다가 괜히 책잡힐까봐 소통을 두려워하는 관리역들이 의외로 많다. 반면에 LP에 몸담았던 인력들은 출자기관 내부의 정서를 잘 알다보니 실무진과 어떻게 업무를 처리하는지 방법을 잘 알고 있는 편이다.

중앙정부의 일선 공무원들과 네트워크를 쌓은 벤처캐피탈리스트도 눈에 띈다. 덕분에 관계부처에서 투자사를 지원하고 감독하는 상황을 깊이 있게 살핀다. 기업의 대관팀처럼 활약하는 셈이다.

B씨 : 신규 모펀드를 기획하면서 부처와 협의도 해봤고 관련 제도나 법률을 신설하는 논의 테이블에도 참여해봤다. 국내 모험자본 시장이 여전히 정부 주도로 돌아가는 만큼, LP 출신 인력들은 업계의 환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출자 기관 재직 시절에 다진 인맥을 살려 정책적 지원 흐름을 들여다보고 규제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자 기관의 내부 사정을 파악해 벤처캐피탈이 분야별 펀드 제안서 지원 전략을 짜는 데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례도 있다. 어느 부문에 출사표를 내야 위탁운용사(GP) 선정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지 분석하는 역량이 탁월한 덕분이다.

B씨 : 우리 같은 사람들은 주요 LP의 출자 방향이나 예산 확대가 점쳐지는 카테고리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게 용이하다. 벤처캐피탈은 그에 맞춰 미리 대응할 수 있다. 하우스의 경영 계획을 효율적으로 수립하고 유연하게 접근하는 데 보탬이 된다.

◇출자사업 '전관예우' 통용 불가, 커리어 어필 않는 사례도

모험자본업계에서도 '전관예우'는 통용될까. 실상은 그렇지 않다. LP에 몸담았던 인력이 속한 운용사라고 해서 기관 출자 경쟁에서 백전백승하는 건 아니다. 투자사를 심사하는 기준과 절차가 정형화돼 있는 만큼 특정 LP의 경력을 갖춘 벤처캐피탈리스트가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C씨 : 과거에 근무했던 기관이 진행하는 출자 사업에 제안서를 낼 생각을 일찌감치 단념했다. 업계에서 '평가의 편향이 있을 것'이라는 잡음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무엇보다 출자 실무진에게 심적 부담을 안기고 싶지 않았다.

B씨 : 특정 LP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면 오히려 그 기관의 출자 사업에서 역차별을 당할 수 있다. 차라리 민간 자금 매칭 역량, 벤처펀드 운용 전략 등 다른 요소의 전문성을 길러서 강조하는 게 낫다.

A씨 : LP 차원에서 정량평가와 정성평가 등 심사의 공정성을 기하려는 노력이 이어져왔다. 모태펀드의 출자심의위원회 구성을 예로 들어보겠다. 면면을 살피면 한국벤처투자 내부 인력보다 외부 인사의 숫자가 더 많다. 그리고 트랙레코드, 투자 경력 등 정량적 요소도 면밀히 따지는 등 심사 체계를 탄탄하게 구현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자신이 정책 출자 기관에서 일했던 사실을 굳이 어필하지 않으려는 사례도 존재한다. 출자금을 받아간 운용사의 투자 현황을 수시로 점검하다보니 갈등을 빚은 사례가 적지 않았던 탓이다. 인력 풀(pool)이 좁은 벤처투자업계 특성상 평판 관리가 중요한 만큼 본인의 커리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C씨 : LP를 벗어나 벤처캐피탈로 와보니 업계 동료로 바라보지 않는 시선을 느꼈다. 과거 LP로 있었을 때 펀드의 투자금 집행 과정에서 이해 상충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니터링하면서 몇몇 운용사와 대립각을 세워서 그렇다. 이때 겪은 경험 때문에 비즈니스 미팅을 할 때 오히려 심리적으로 위축된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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