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CIO 인선 본격화 전망…'여론·정치' 리스크에 난항 예상
입력 2021.04.28 07:00|수정 2021.04.29 09:36
    안효준 CIO 10월 임기 만료
    오는 7월경 후임 인선 작업 돌입할 듯
    국민연금 주식운용 둘러싼 싸늘한 여론 극복해야
    대선 D-6개월…정권 교체 가능성에 대한 부담도
    • 국내 자본시장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본부장(CIO) 인선이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CIO들 가운데 임기를 마친 인사가 거의 없다는 점, 정치적 리스크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는 점을 비쳐볼 때 공모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국내 주요 출자기관(LP) 상당수는 CIO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오는 5월 1일 취임을 목표로 금융투자이사 선발을 진행중이고 경찰공제회와 노란우산공제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CIO 인선 작업을 본격화했다. 현재 CIO가 연임하지 않는다면 올 하반기엔 공무원연금도 새로운 이사의 선임 작업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곳은 역시 국민연금이다.

      안효준 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임기는 오는 10월까지다. 기금운용본부장 임기는 기본 2년에 1년의 연장이 가능한데, 안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한 차례 임기 연장에 성공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오는 7월경 CIO 공모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IO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주식운용을 두고 국민연금의 주식운용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싸늘한 여론이 형성된 상황이라는 점도 주요 후보들이 머뭇거리는 이유중 하나다.

      국민연금은 전략적자산배분(SAA)의 이탈 허용 한도를 기존 2%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말부터 코스피가 급격하게 상승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한도인 18.8%(16.8%+2%p)를 초과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주식 매도세에 나서면서 국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일반 투자자들의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연금은 앞으로 국내 주식 7조원가량을 추가로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코스피 상승장이 다시 시작되면 이 같은 논란은 반복될 여지가 남아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전략적 자산배분은 위원회에서 결정하지만, 세부적인 지침과 운용방안은 CIO의 성향에 좌우될 수 있다”며 “국민연금의 주식운용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신임 CIO의 부담이 상당히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 사실 가장 큰 부담은 대통령 선거를 불과 6개월여 앞두고 선임되는 신임 CIO가 자칫 임기중 정치적 리스크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권 교체와 맞물려 CIO가 중도에 사임하는 경우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현재까지 8명의 기금운용본부장 가운데 임기를 모두 마친 인사는 단 2명에 불과하다.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CIO였던 오성근 전 본부장은 임기를 모두 채우지 못하고 2008년 4월 중도사임했다. 2007년 말 정권이 교체됨에 전 정부 출신 인사들의 대규모 교체 작업이 진행됐고, 국민연금 이사장을 비롯한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장 상당수가 바뀌었다.

      안효준 현 본부장의 전임자인 강면욱 전 CIO는 1년5개월만(2017년 7월)에 사표를 내며 기금운용본부 CIO 가운데 최단기 본부장으로 기록됐다. 임기 중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담당한 실무자를 승진 발령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2개월 만이다.

      기금운용본부 CIO는 정치권 인사가 대부분 자리를 차지하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의 가장 밀접한 관계지만, 반대로 이사장으로부터 가장 큰 압박을 받는 자리이기도하다.

      현재 17대 이사장인 김용진 이사장을 제외한 역대 16명의 국민연금 이사장 가운데 임기를 모두 채운 인사는 단 3명(4대 조기욱, 9대 인경석, 13대 전광욱)에 불과하다. 정권교체 시기와 맞물려 떠밀려 나간 인사도 상당수다.

      4대 CIO를 지낸 김선정 전 본부장은 우리은행장을 지낸 박해춘 전 이사장과 갈등을 겪었다. 박 전 이사장은 취임 직후 “기금의 40%까지 주식에 투자하겠다”고 발언하며 ‘월권’ 논란에 휩싸였다. 박 전 이사장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우리은행장 재직시절 부실 투자와 관련한 징계조치를 받고 이사장직에서 사임하며 갈등이 봉합되는 듯 했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후임인 전광우 이사장 취임 이후 연임에 실패했다.

      최광 전 이사장, 홍완선 전 CIO의 갈등관계는 이미 잘 알려져있다. 기금운용본부의 독립 공사화를 두고 이견을 보였는데 최 전 이사장이 홍 전 CIO의 연임을 거부하며 갈등이 고조했다. 당시 보건복지부 수장이던 정진엽 장관은 둘 다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고, 두 인물 모두 동반퇴진 했다. 추후 홍 전 CIO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 재판을 받으며 2년6개월의 법정구속이 선고됐다.

      올 1월말 기준 국민연금의 자산규모는 약 855조3000억원 수준이다. 주식·채권·대체투자 분야를 막론하고 해당 자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일정한 투자 수익을 거둬야 하는 자리가 바로 기금운용 본부장이다. 기금운용본부장은 국내 자본시장에선 그야말로 ‘큰 손’ 역할을, 일부 해외 국가에선 국빈급 대접을 받기도 한다.

      기금운용의 효율성 제고, 수익률의 극대화와 함께 투자자산 배분과 운용에 있어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야하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자리임에는 틀림없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정착도 기금운용본부 수장인 CIO가 고려해야 할 사안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정치권과 금융당국, 지역사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기금운용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기금운용본부장 인선을 둘러싼 혼란은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과거 국내 주요 출자기관 CIO 출신 인사는 “올해 공모가 진행될 신임 국민연금 CIO 자리는 임기를 보장받기도 어렵고, 정권 교체 이후 정치적 리스크가 불거질 수도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금융권 유력 인사들이 지원을 꺼려하는 것도 사실이다”며 “절차적 공정성과 투명성은 지켜지겠지만, 현 정권에 부합하는 코드 인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