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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춘천·부산 가보니…흥미로운 기술 가진 벤처 많더군요"

최승진 기자
입력 : 
2021-04-26 16:57:21
수정 : 
2021-04-26 19: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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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갈 에를리흐 요즈마 회장, 백신 접종후 첫 방문국은 한국

"지방에 있다고 주목받지 못한
숨은 스타트업 많이 찾아낼것
제조능력·혁신기술로 시너지
한국·이스라엘은 최적파트너"

1년에 두세번 직접 올 정도로
한국벤처에 대한 사랑 남달라

혁신 벤처 키우는 요즈마펀드
투자기업 23개 나스닥에 상장
◆ 세계지식포럼 ◆

사진설명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찾은 이갈 에를리흐 요즈마그룹 회장이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서울이 아닌 지역에 있다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하는 한국 벤처기업이 적지 않다. 이들 기업을 찾아 함께 글로벌 진출을 모색할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다시 한국을 찾은 이갈 에를리흐 요즈마그룹 회장이 본격적인 한국 내 '숨은 기술기업 찾기'에 나섰다. 서울 소재 벤처기업에 가려진 지역 소재 벤처기업의 기술력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이 강한 한국과 혁신 기술을 보유한 이스라엘의 '궁합'에 주목해온 에를리흐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1년에 두세 차례씩 한국을 찾을 정도로 한국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팬데믹으로 1년이 넘도록 해외 활동을 하지 못한 그가 백신을 접종받은 뒤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꼽은 것은 그의 이 같은 '한국 벤처기업 사랑'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 그는 대전, 강원 춘천, 부산 등 주로 서울이 아닌 지역에 있는 벤처기업들을 찾았다. 1940년생으로 팔순을 넘긴 그가 이스라엘에서 한국으로 날아와 각 지역을 도는 빼곡한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더군다나 팬데믹으로 한국과 이스라엘 간 직항편 운항이 중단돼 경유 항공편을 이용해야 했기에 피로도는 더 컸을 수밖에 없다.

매일경제와 만난 그는 "한국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이번에는 한국 지역에 좋은 회사가 많기 때문에 각 지역의 좋은 기업들을 만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에를리흐 회장이 한국 지역의 '숨은 스타트업'에 주목하는 것은 잠재력이 있는 '백조'지만 아직 자신이 백조임을 모르는 '미운 오리 새끼'를 찾기 위해서다. 그는 이번 한국 방문에서도 강원도를 방문해 춘천 지역 내 바이오 관련 기업 5곳을 만나 인큐베이팅 방안을 논의했다. 대전을 방문해서는 KAIST와 기술사업화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부산시와는 부산 혁신기업 투자를 위한 협약을 맺었다. 에를리흐 회장은 과거에도 경북 지역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에를리흐 회장은 "한국 지역에서 만난 스타트업들은 흥미로운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투자자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곳들이 있었다"며 "여기서 기회를 찾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지역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즈마그룹은 1993년 이스라엘 정부가 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민간과 공동으로 조성한 모태펀드다. 요즈마펀드가 투자한 기업 가운데 23개 벤처기업이 나스닥에 상장되면서 세계적으로도 성공한 모태펀드 모델로 손꼽히고 있다. 에를리흐 회장은 이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담당한 인물이다.

요즈마그룹코리아는 2015년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2018년을 전후로 한국에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에를리흐 회장은 미래 산업 부문에서 한국과 이스라엘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구개발(R&D) 기능이 강하지만 제조 기술이 부족한 이스라엘 산업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이 강한 한국이 최적의 파트너라는 것이다.

이스라엘 기업 나녹스가 대표적 사례다. 디지털 영상 진단기기 개발 기업인 나녹스는 엑스레이 등 영상 진단 비용을 대폭 낮추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 기업은 요즈마그룹의 투자를 받았고 현재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식스에이아이(SixAi)는 인공지능(AI) 기반 로보틱스 기업으로 한국 반도체·전자부품 검사장비 기업과 한국 내 생산기지 운영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역시 요즈마그룹의 도움으로 이 기업은 3자 MOU를 체결해 사업화를 앞두고 있다.

'혁신 전도사'로 불리는 그는 실패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패를 수용해야 혁신이 가능하다. 귀책사유가 기업인에게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실패한 기업인도 처음 창업하는 사람과 똑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실제 이스라엘 벤처캐피털은 처음 사업을 시작하는 기업인보다 과거 실패 경험이 있는 기업인에게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성공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리더십이 절대적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에를리흐 회장은 "정부는 국가 전체 이익을 고민해 정책을 만들고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 이에 직접투자뿐 아니라 모태펀드 등을 만들어 기업들이 투자에 동참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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