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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셀리코 “시각장애인 눈 띄워줄 ‘전자눈’ 2년 후 내놓겠다”
이미지센서칩 심어 시세포 대체 2023년 상용화
미국, 프랑스, 이스라엘, 대만 등과 치열한 경쟁
김정석 대표 “기술·가격경쟁력 갖춰 글로벌 승부”
셀리코의 김정석 대표가 장애인용 전자눈 사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셀리코 제공]

눈을 뜨고 싶은 마음이 오죽 간절했으면 심봉사는 없는 살림에도 덜컥 공양미 300석을 약속해버렸을까? 오관 중 시각은 가장 중요한 감각기관이다. 집 안에 있어도 언제 다칠지 모르는 긴장의 연속이 다. 가족들도 평생 조력자로 곁에 있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최근 시각장애인의 활동을 보조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이 동원되고 있다. 점자로 소통을 할 수 있게 한 스마트워치가 나오기도 했고, 문자를 읽어주는 애플리케이션도 나왔다.

셀리코(대표 김정석)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시각장애인들을 실제로 보게 해줄 ‘전자눈’ 개발에 나섰다.

이미지 센서칩을 붙인 안구모형에 빛 자극을 조사한 모습. [도현정 기자]

이 회사 김정석 대표는 “전자눈은 손상된 시세포층에 카메라 역할을 하는 이미지센서 칩을 삽입하는 장치”라며 “삽입된 이미지센서가 빛을 감지해 생체전기신호로 변환해준다”고 설명했다.

‘보는 것’은 안구의 시세포가 빛을 감지해 이를 전기신호로 바꾸고, 신경세포들이 이를 뇌까지 전달해 사물을 인식하는 과정이다. 전자눈은 이미지센서칩이 손상된 시세포 역할을 대신하게 한 것. 안구에 이미지센서칩을 삽입하면, 칩이 안구로 들어온 빛을 감지하고 이를 전기신호로 바꿔준다. 이후 전기신호가 신경세포를 타고 뇌까지 전달되면 사물의 상(像)을 인지하게 된다. 단, 전자눈은 신경세포가 손상되지 않은 경우에만 효과를 볼 수 있다.

“종이컵 전화기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죠. 중간에 실을 끊어버리면 아예 전달이 안되지만, 종이컵이 파손된 경우 새 종이컵을 끼우면 다시 쓸 수 있어요. 전자눈은 시세포층은 파괴됐지만, 그 이후 생체 전기신호를 전달해주는 과정은 다 살아있을 때 적용할 수 있습니다. 망막색소변성증이나 노인성황반변성증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녹내장이나 당뇨로 인해 시력을 잃은 것은 신경세포까지 손상된 경우여서 전자눈으로 회복시키기는 힘듭니다.”

전자눈으로 시세포 역할을 대신하게 되면 이미지센서칩이 보내는 미세전류로 인해 신경세포가 퇴화되는 것도 늦출 수 있다.

김 대표는 “시세포만 손상된 경우라도 기능 못하는 상태로 두게 되면 이후 신경세포, 뇌의 시각중추가 자극을 받지 못해 계속 퇴화하게 된다. 반면, 전자눈으로 미세전류를 흘려주면 신경세포가 자극되면서 남아있는 신경이 퇴화되는 것을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전자눈을 접하게 된 계기는 10년 전 미국 유학시절. 미 국방부는 군인들이 작전 중 시력을 잃는 사고를 감안해 일찍부터 전자눈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 왔다. 초기 미국과 독일만 개발했던 전자눈은 10년 사이 이스라엘, 프랑스, 호주, 대만, 중국까지 뛰어들 정도로 관심이 커졌다.

가능성을 확신하게 된 김 대표는 국내에서 국가과제를 통해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2019년 11월 셀리코를 창업했다. 최근에는 한국과학기술지주와 신한캐피탈 공동업무집행조합원인 케이에스티-신한 실험실창업 제1호 투자조합, 벤처캐피털(VC)퓨처플레이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셀리코가 목표로 하는 전자눈은 2000픽셀 수준으로 상을 인식시켜주는 칩이다.

“현재 기술로는 256픽셀 칩까지 만들었는데, 당장 출시하지는 않을 계획입니다. 프랑스 회사는 378픽셀, 이스라엘 기업은 676픽셀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256픽셀 칩을 상용화 하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고 봐요. 저희는 가로 3㎜ 세로 4㎜ 크기의 2000픽셀 칩을 만드는게 목표입니다. 2023년 상반기에는 개발을 완료하고, 임상 등을 통해 하반기에는 제품을 출시하려 합니다.”

2000픽셀 칩은 시력이 최대 0.2까지 회복되는 효과를 낸다. 큰 글씨나 사물의 윤곽은 보이는 정도. 여기에 셀리코는 증강현실(AR) 안경까지 더해 시력을 더 끌어올리는 방법을 고안 중이다.

김 대표는 “이미지센서칩에 기능이 많이 들어가면 열이 발생할 수 있다. 사람은 정상체온 범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열이 나게 하면 곤란해진다”며 “칩 기능을 최대한 단순하게 하고, 나머지 이미지 처리 등은 증강현실 안경을 통해 대체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전자눈은 배터리가 없이 실시간으로 전력을 전송해주는 장치다보니 페이스메이커처럼 교체를 할 필요가 없다. 1세대 버전인 미국 제품을 10년 이상 쓰고 있는 이들도 있다. 환자가 세심하게 관리하면 최대 10년 이상 사용도 가능하다. 자기장의 세기가 4.5테슬라 이하인 경우에는 전자눈을 이식한 상태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도 가능하다. 잠들었을 때처럼 빛이 들어오지 않으면 자동으로 꺼진 상태가 된다. 이미지센서는 반도체의 일종이다.

반도체의 영역이다보니 셀리코가 주의깊게 살펴보는 경쟁자도 대만 기업이다. 대만 기업은 임상 등 별다른 정보가 공개되는 게 없는 데도 투자를 지속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프랑스 기업은 임상시험 결과로 전맹(全盲)환자의 시력을 0.04까지 회복시키는 저력을 보였다.

경쟁이 치열한 와중에 김 대표는 국산화 필요성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중에 나와 있는 미국 제품은 60픽셀 칩인데도 가격이 2억원을 훌쩍 넘는다. 아무리 눈을 되돌려준다고 해도 2억원이라는 가격은 부담스럽다”며 “당사는 전맹환자가 주변 사람의 도움 없이도 생활 할 수 있게 시력을 회복하게 하는 것을 1단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여기에 가격을 시중제품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려 한다. 벌써 회사에 직접 전화해 제품을 기다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도현정 기자

세계 전자눈 개발회사의 이미지센서칩 해상도 비교. [셀리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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