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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엔슬파트너스 안창주 대표 “성공 DNA 연결로 미래 DNA를 준비하다”

[허미선 기자의 컬처스케이프] 안창주 엔슬파트너스 대표

입력 2021-04-09 18:00 | 신문게재 2021-04-0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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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슬파트너스 안창주 대표
엔슬파트너스 안창주 대표(사진=이철준 기자)

 

“엑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계의 연예기획사라고 생각해요. 딱 두 가지 해요. 자금 투자와 네트워크 연결. 아주 재능 있는 친구들을 뽑아 투자해 노래, 춤, 연기 등을 가르쳐 상품화하고 방송사 네트워크를 통해 사업화하죠. 엑셀러레이터도 마찬가지예요. 가능성 있는 창업자를 선발해 자금을 대주고 사업화에 필요한 네트워크를 연결해주죠. 연예기획사의 시작이 전속계약서라면 엑셀러레이터는 투자계약서를 쓰는 게 시작입니다.”

 

엔슬파트너스 안창주 사업부문 대표는 엑셀러레이터인 스스로를 ‘창업기획사’라고 표현했다. 작은 연예기획사처럼 개별적으로 투자를 진행하던 엔슬파트너스는 지난해부터 엔슬테크스트타업랩(ETSL)이라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출범시켜 3기까지 꾸린 상태다.

 

“각 기수별로 6명을 뽑아 3000~5000만원 정도 일괄투자하고 6개월 정도 뒤 가치를 매겨 후속투자까지 저희가 해요. 투자 이후에는 정부사업도 주죠. 그 후의 후속투자가 들어올 때까지 여지를 가지게 해주는 게 저희가 할 일이거든요. 기수들끼리 네트워킹하고 선후배도 생기고 공동투자·엑셀러레이팅하고 후속투자를 연결하고…그렇게 10기, 20기까지 가면 또 다른 연결들이 생기겠죠.”


 

엔슬파트너스 안창주 대표
엔슬파트너스 안창주 대표(사진=이철준 기자)

◇청년과 시니어의 교집합 #스타트업 #멘토 #자금 #네트워크

  

“스타트업과 멘토라는 키워드에 주목했어요. 현재 한국이 해결해야할 문제는 청년과 경제예요. 그리고 5년 안에 시니어 문제가 불거질 겁니다. 그 세 가지 중 ‘청년’과 ‘시니어’가 상당한 교집합을 가지고 있었죠. 그게 창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시작은 대기업 퇴직 임원 40명과 결성한 엔슬협동조합이었다. 벤처 1세대가 스타트업 지원을 주도했던 시장에서 “청년 창업자와 시니어를 연결하는 거의 최초의 엔젤협동조합이었다”고 설명한 안 대표 스스로도 TG삼보컴퓨터 대표를 지낸 대기업 퇴직 임원이었다.

 

“젊어서 대표를 하다 보니 어디를 가나 막내였어요. 대표 시절에는 몰랐죠. 저도 대표를 그만두고 창업을 하면서, 엔젤투자를 시작하고 창업자들을 만나면서 알게 됐어요. 스타트업에 필요한 건 돈과 네트워크라는 걸. 저부터도 그랬으니까요. 그 두 가지를 가진 사람들이 대기업 퇴직 임원이더라고요.”

 

이어 “그들은 대한민국을 글로벌 10위로 키운 주역들이고 대기업에서 임원급까지 간 건 굉장한 경쟁력”이라며 “사원에서 CEO까지 1000분의 1, 만분의 1 경쟁률을 뚫고 성공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문제 해결사가 아닌 네트워크 연결자로는 최적화된 사람들이죠. 은퇴 후 골프를 치거나 등산을 하거나 손주를 봐주며 똑같은 일상들을 보내고 있는 그 사람들 중 1%만이라도 와서 스타트업을 지원해주고 성공 DNA를 공유해주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렇게 2년여 협동조합을 운영하다 2016년 투자 중심으로의 전환을 위해 9명의 파트너와 엔슬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엔슬파트너스 안창주 대표
엔슬파트너스 안창주 대표(사진=이철준 기자)

 

“씨엔티테크, 프라이머, 스파크랩처럼 투자 프로그램을 돌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딱히 보여줄 레퍼런스가 없었죠. 스타트업에서 보기에 대기업 퇴직 임원들은 브랜파워를 비롯한 모든 걸 갖춘 기업에서 경영했던 사람들인데 뭘 해줄 수 있겠냐는 시선이 대부분이었어요. 펀드규모도 작으니 스타트업들이 저희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죠. 심지어 블랙(불량)멘토, 블랙엔젤로 취급받기도 했어요.”

 

레퍼런스가 시급했던 엔슬파트너스는 설립 채 1년도 안됐던 2017년 중소기업청 산하 한국기술벤처재단에서 주최하는 ‘창업도약패키지 지원사업’ 서울권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안 대표에 따르면 “3년 이상 된 창업자 지원 프로그램으로 사업비 3억원, R&D비용 4억원을 지원한다.” 그 변별력은 역시 ‘대기업 퇴직 임원으로 구성된 파트너’로 “21개 주관기관 중 유일했다.”

 

그렇게 2017년부터 창업도약패키지 지원사업을 주관하면서 차곡차곡 인지도를 쌓아온 엔슬파트너스는 300여명에 달하는 대기업 임원 출신의 멘토, 5개의 펀드를 확보하고 지난해 투자 프로그램 운영에 집중할 것을 선언했다.

 

 

◇의미있는 5호펀드, 스타트업계 생산성본부를 꿈꾸며  

 

엔슬파트너스 안창주 대표
엔슬파트너스 안창주 대표(사진=이철준 기자)

“현재 운영 중인 5개 펀드 중 한국벤처투자가 모태인 3호를 제외하고는 모두 대기업 현직 혹은 퇴직 임원들이 LP(Limited Partner)로 참여하고 있어요. 투자자이면서 멘토기도 하죠. 엔슬파트너스가 유지하고 싶은 색이기도 해요. 특히 올초에 만든 5호 펀드는 의미가 남달라요.” 

 

이렇게 전한 안창주 이사는 “지난해 한양대와 함께한 창업멘토 및 엔젤투자자 양성교육에 참여했던 투자자들이 만든 펀드”라며 “한양대는 멘토교육을, 엔슬파트너스가 투자교육을 했는데 교육생 대부분이 아웃플레이스먼트(자발적·비자발적 퇴직자들이 전직 및 창업 등을 준비할 수 있게 기업 차원에서 지원하는 제도나 행위) 단계의 삼성전자 임원들이었다”고 설명했다.

 

“LP 투자자들을 모시고 토크 콘서트를 하거나 실제적인 창업멘토링에 참여하는 등 현장이 강조된 커리큘럼이었어요. 그 교육과정에 참여했던 25명 중 7, 8명이 실질적으로 투자를 하고 개인투자조합을 만든 게 5호 펀드예요. 얼마 전 총회를 했고 4월부터는 실질적인 투자 활동을 시작했죠. 그렇게 하나의 사이클이 완성됐어요.”

 

그리곤 “엔슬파트너스는 주인공이 아니라 창업자와 멘토의 네트워크 연결자”라며 “엔슬파트너스에는 주인이 없다. 지분이 제일 많은 사람이 20%, 말 그대로 파트너들”이라고 설명했다.

 

“시작부터 그렇게 설계를 해뒀어요. 회계부터 모든 것이 투명하죠. 저희 나이가 5, 60대예요. 10년 후면 물러나야할 나이죠. 결국 엔슬파트너스는 새로운 사람이 계속 유입되지 않으면 안되는 구조의 회사예요. 현재의 파트너들은 다음 단계로 넘겨주기 위해 가꿔가는 역할로 엔슬파트너스는 궁극적으로 스타트업계의 생산성본부, 능률협회가 되고 싶어요.”

 

이어 “경험과 네트워크를 가진 개인투자자, 벤처조합 등 어떤 형태로든 쉽게 들어와 끊임없이 펀드를 생성하는 플랫폼이 되고 싶다”며 “펀드를 중심으로 창업자를 지원해주는 넘버원 플랫폼으로 키워가고 싶다”고 바람을 털어놓았다. 

 

 

◇엑셀러레이터는 ‘투자’를 전제로 한 가족

 

엔슬파트너스 안창주 대표
엔슬파트너스 안창주 대표(사진=이철준 기자)

  

“엑셀러레이터는 ‘투자’를 전제로 해요. 가족이 되는 거죠. 가족은 피를 나누지만 우리는 주식을 나눈 가족이에요. 그렇게 가족이 되면 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게 돼요. 가족으로 인정하고 자금이 필요할 때 투자하고 정부사업으로 지원해주고 사업화를 위해 네트워크를 연결해 주죠. ‘우리가 투자한 데니까 도와달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서 좋아요. 투자를 하면 재무재표도 투명하게 다 볼 수 있고 창업자들과도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죠. 스타트업에서 ‘이해관계’가 있다는 건 그래서 중요해요.” 

 

이어 “엑셀러레이터의 역할은 좋은 기업을 찾아내는 게 기본이다. 그렇게 찾아낸 기업과 멘토를 같이 묶어 가는 것”이라며 “성공여부는 가늠할 수 없지만 기업가 정신과 좋은 아이템이 있다면 가족이 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관계와 신뢰의 문제 같아요. 가족이 된 사람들은 누가 뭘 하든 믿고 가요. 물론 가족이 되기까지의 과정에서는 확인 과정이 필요하죠. 투자까지의 이해관계 검증이 필요하지만 투자계약서를 쓴 상황이라면 창업자가 A로 간다면 B 같아도 A로 가요. 투자를 했다면 창업자를 믿고 갈 수밖에 없어요. 주인공은 창업자거든요. 우리의 역할은 방향을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설정한 방향에서 리스크를 해체하고 다듬으면서 함께 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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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슬파트너스 안창주 대표(사진=이철준 기자)
이렇게 강조한 안창주 대표는 “결국 저희는 창업자를 보고 투자한다”며 “창업자를 보면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지만 주관적인 견해일 뿐이다. 성공 여부는 정확하게 짚어내기 어렵지만 안될 것들은 명확하게 보인다”고 밝혔다. 

 

“콘텐츠가 다 달라서 누가 잘될지는 모르지만 투자하지 않아야 할 요소들은 존재해요. 그런 기업들은 가지치기에 들어가죠. 예를 들면 직원 뒤에 숨는 창업자들이 있어요. 본인이 80, 90%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의사결정에 직원들을 개입시키죠. 대기업처럼 모두가 원하는 정책 만들기는 창업자의 갈 길이 아니에요. 직원들과 꾸준히 대화하고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본인의 아이덴티티가 없는 회사가 돼버리거든요.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사람도 없는 창업자에겐 치명적이죠.”

 

이어 “창업에는 자기 색을 찾는 게 중요하다” 다시 강조하며 “리스크를 해소한다는 건 실패 확률을 줄이지만 대박 성공 확률까지 줄이기도 한다. 싫은 걸 싫다고 말 못하고 직원 뒤에 숨는 창업자들은 경계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자기주장이 너무 강한 사람도 부담스러워요. 트렌드는 계속 바뀌잖아요.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일관성 있게 끌어가는 건 중요하죠. 하지만 고객의 소리는 안 듣고 자기 주관을 가진 사람과 자기 주관을 가지면서도 고객의 소리에 맞춰 가는 사람은 완전 다르거든요.”

 

그리곤 ‘피봇팅’(Pivoting)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농구경기에서 한쪽 발에 무게중심을 두고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는 기술로 안 대표는 “가고자 하는 방향에서 고객이 원하고 트렌드 변화에 발맞춘 비즈니스모델로 바꾸는 건 기업 운영에도 필요한 전략”이라고 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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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슬파트너스 안창주 대표(사진=이철준 기자)

 

“예전에는 그 굳은 심지가 환영받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의 비즈니스는 플랫폼화됐고 그 플랫폼에서의 고객 니즈가 중요해진 시대거든요. 처음 생각한 비즈니스로 돈을 벌거나 성공한 기업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트렌드, 소비자의 소리 등에 맞춰 다 바뀌었죠.”

 

그리곤 “요즘은 많이 없어졌지만 너무 좋은 차, 사무실 등에 힘주는, 그걸 직원들을 위한 복지로 포장하는 창업자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직원 복지에 신경 쓰는 창업자, 멋있죠. 하지만 그건 사업을 잘 해서 자신이 번 돈으로 해야죠. 투자금으로 직원 복지를 강화하는 걸 비즈니스를 잘한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본질은 사업화니까요.”

 

 

◇데이터 사업화의 때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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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슬파트너스 안창주 대표(사진=이철준 기자)

“제 견지로는 5년 안에 데이터가 이슈로 떠오를 거예요. 4, 5년 전 애플이 소프트웨어 플랫폼 사업도 가능하다는 걸 입증했어요. 당시 투자자들이 플랫폼으로 몰려갔지만 대부분 실패했죠. 플랫폼은 회원 100만, 1000만명을 모아도 수익창출이 어려운 비즈니스예요.” 

 

그리곤 “플랫폼 사업의 밸류는 두 가지, 매출·수익과 가입자”라며 “가입자를 핵심 밸류 삼는 기업은 지속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계속 투자를 받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재작년부터 AI, 공장자동화, 딥러닝에 투자를 했고 올해부터는 데이터 기반 사업화에 주목하고 있어요. 데이터 기반 사업의 메가트렌드는 빅데이터지만 실질적으로 사업화로 연결되는 시기는 아직 오지 않았거든요. 대기업의 빅데이터만 팔죠.”

 

이에 엔슬파트너스는 ‘디지털 뉴딜 부문’을 신설하며 정체성을 확장했다. 안 대표는 “데이터 공급 기관을 시작했다”며 “결국 시장 형성이 중요하다. 그래야 매출이 일어나고 대기업 쏠림 현상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희가 투자하거나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스타트업 중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데가 있고 그 데이터가 필요한 데가 있어요. 팔거나 사기는 애매하지만 정부에서 실행하고 있는 데이터 바우처 제도를 활용하면 수용·공급을 맞추고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팔고 싶어 하는 기업은 관련 매출이 발생하니 기업 가치가 상승해요. 데이터가 필요한 기업은 100 중 10~20에 불과한 데이터를 만드느라 50 이상을 쓰는 데서 벗어나 핵심 사업으로 바로 갈 수 있으니 서로 좋은 상황이죠.”

 

안창주 대표는 “블랙홀처럼 데이터를 큰기업이 다 가져감으로서 나머지는 종속돼 버리고 있다” 현상을 전하며 “하지만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플랫폼 안에서 수요와 공급이 발생하고 거래될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부 지원체계도 가능해졌고 글로벌 트렌드도 그래요. 엔슬파트너스의 핵심인 대기업 퇴직 임원 출신의 멘토와 창업자 매칭을 확장시켜 스타트업 내에서의 데이터 수요·공급을 매칭시키는 전략이에요. 사실 저희도 도전이고 실험이에요. 작아도 출발은 그렇게, 엮어서 같이 가는 거죠. 결국 데이터 사업은 AI까지 연결돼요. 미래의 DNA, 데이터·네트워크·AI를 아우를 수 있죠. 사업화가 어려운 문화, 콘텐츠 등까지도 아우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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