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금융 시리즈 中]⑤조남훈 케이그라운드 대표·정한철 더웰스 전무
플라즈마트·이미지앤머터리얼스·쎄트렉아이·아이쓰리시스템 등 지원
"기술개발(TD)과 기술상업화(TC) 완성될때 기술사업화 성공"
"이공계인 과학기술 전문 지식 기반 투자로 성공사례 다수, 가치 커"

공대 출신의 투자업계 진출이 활발하다. 이공계 기반으로 기술을 분석, 기업의 성장가능성을 꿰뚫으며 기업과 같이 성장하는 생태계도 만들어지고 있다. 후배들이 지원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액셀러레이터로 나서며 선순환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 사진은 올해로 투자업계 25년차를 맞은 조남훈 케이그라운드벤처스 대표.[사진= 길애경 기자, 고지연 디자이너]
공대 출신의 투자업계 진출이 활발하다. 이공계 기반으로 기술을 분석, 기업의 성장가능성을 꿰뚫으며 기업과 같이 성장하는 생태계도 만들어지고 있다. 후배들이 지원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액셀러레이터로 나서며 선순환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 사진은 올해로 투자업계 25년차를 맞은 조남훈 케이그라운드벤처스 대표.[사진= 길애경 기자, 고지연 디자이너]
이공계인 투자업계 진출이 활발하다. 기술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물론 관련 기업의 성장가능성까지 꿰뚫으며 전문지식 기반의 이공계인이 투자업계(Venture capital)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과학기술에 시장의 니즈를 반영한 연계로 시장의 반향도 좋다는 평가다. 

이들을 통해 성장한 기업도 다수다. 플라즈마트·이미지앤머터리얼스·쎄트렉아이·아이쓰리시스템 등. 서로의 만족도도 높다. 연구개발도 의미 있지만 개발된 기술이 시장에서 제대로 빛을 보며 수익을 창출하고 기업성장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에서다. 가치창출 의미에서도 보람이 크다. 특히 직접 성장을 경험한 이공계인이 투자사, 액셀러레이터로 활약하며 후배 기업을 지원하는 선순환 생태계도 탄탄해지고 있다.

조남훈 케이그라운드벤처스 대표와 정한철 더 웰스인베스트먼트 전무. 이공계 출신으로 투자사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대표주자다. 이들은 이공계인의 금융업계 진출을 적극 권한다. 앞으로 역할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았다. 연구원 대신 투자자로 진로를 바꾼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 조남훈 대표 "日 신문 기사보고 진로 바꿔"

조남훈 대표는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LG전자에 입사했다. 5년정도 근무 한 후에는 KT 관련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뭔가 답답함, 아쉬움이 있었다. 그 무렵 우연처럼 신문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일본에서 공대출신이 은행에 많이 들어간다는 기사였다. 기업의 사업성, 기술을 분석하는데  이공계 출신이 역할이 크다는 내용이었다. 관심이 갔다. 

당시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벤처 육성 제도를 시행했다. LG, 대우 등 대기업에서도 투자회사를 세우고 벤처 육성에 나섰다. 그는 10여년간의 연구원 생활을 접고 1997년 LG벤처투자사로 옮겼다. 공대출신으로 본격 금융계 진출이었다. 

조 대표는 "예전에는 회사들이 은행에서 대출 받으려면 장비, 땅을 담보로 하는게 일반적인 금융시스템이었는데 투자사에서는 공장이 없어도 기술을 보고 투자에 들어간다. 갚는 구조가 아니라 기업과 같이 성장하는 구조로 이공계 경험을 활용할 수 있겠다 싶어 투자사로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산업들이 속속 등장했다. 실리콘밸리 기업 투자도 이뤄졌다"면서 "IT 산업계의 경험이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 기술 기반으로 해외 기업(엑시오, Exio)에도 투자해 글로벌 대기업(미국 시스코)과 M&A 사례를 만들며 실력을 인정 받았다. 이공계 기반의 강점이 컸다"고 소개했다.

조 대표는 2003년부터 2004년까지 미국 실리콘밸리의 투자생태계를 경험했다. 그는 "그들이 기업을 어떻게 관리하고 투자하며 키워내는지 전반을 배웠다"면서 "지금도 교류하며 글로벌 생태계 흐름을 놓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로 돌아온 그는 직접 펀드 운용사를 설립하고 운용에 참여했다. 그러면서 기술벤처들이 집중된 대덕연구단지에 주목했다. 대덕 벤처 중심의 이노폴리스 대덕특구1호펀드 운용사 설립하기로 의기투합 했다. 지역에서 성과가 나올까 우려의 시선도 많았지만  5명의 파트너와 같이 뛰어들었다. 당시 플라즈마트, 이미지앤머터리얼스, 나노신소재, 펩트론, 코셈, 쎄트렉아이 등이 이노폴리스 펀드 지원을 통해 대덕의 대표 벤처, 대덕 생태계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그는 "공개경쟁을 통해 우리팀이 펀드를 운영키로 했는데 책임감을 갖기 위해 유한 회사 형태로 개인들이 파트너가 되어 일정 금액을 냈다. 한꺼번에 낸 것은 아니지만 각자 6억원정도 투자했다"면서 "다들 우려했지만 대전에 상주하며 매주 투자기업과 미팅을 진행하는 등 정말 열심히 했고 운도 좋았고 기업들의 기술도 좋았다. 내부수익률(IRR) 12%이상의 수익지표를 내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좋은 사례들이 만들어지며 창업 생태계 형성과 액셀러레이터 탄생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직접 투자한 KAIST 출신의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플라즈마트)와 파트너가 투자한 김철환 카이트 창업가재단 이사장(이미지앤머터리얼스)은 창업 후 기술과 기업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으며 해외 기업, 국내 대기업과 M&A에 성공했다. 지금은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딥테크 중심의 창업기업 발굴과 성장을 위해 액셀러레이터로 활약 중이다.

조 대표는 전문성을 인정받으며 충청권경제활성화 펀드, 정부출연연구기관 기술사업화를 위한 한국과학기술지주 초대 대표를 지내며 기술벤처들의 성장을 지원했다. 그는 "대표적 기업이 아이쓰리시스템인데 원래 이스라엘에서 군사용 적외선 센서 기술을 도입키로 했으나 이전 비용을 너무 많이 요구해 국내에서 기술을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으로 바꿨다"면서 "출연연과 기업이 협력해 기술을 개발하고 양산에 성공, 지금은 세계에서 최고의 기술로 인정받는다. 무척 의미있었다"고 소회했다. 

이공계에서 금융업계로 진로를 바꾼지 25년차를 맞은 조남훈 대표. 그는 여전히 한국의 혁신적 창업가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 대표는 특허전문가인 박성호 공동대표와 2018년 8월 케이그라운드 벤처스를 설립했다. 홍릉클러스터에 특화된 '홍릉 첨단과학기술사업화펀드'를 2019년 5월 결성하고 과학기술사업화 중심의 투자로 성장동력을 만들어 가는데 주력 중이다.

조 대표는 "하이테크 기술을 제품화하고 양산 후 판매하기까지 여전히 어려운 작업이다. 민간에서는 당장 매출이 나오는 기업에 투자하는게 쉬운데 실제 중요한 것은 기술의 앞단이다"이라면서 "기술 사업화는 안가본 길을 가는 것이다. 우리가 개발한 기술을 제품화하고 글로벌 시장에 파는 것을 경험해야 한다. 그래야 대기업을 잇는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대기업, 중견기업은 투자와 글로벌 마케팅으로 이들과 상생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이처럼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벤처캐피탈도 회사에 투자하며 넘어야 할 여러가지 산, 강을 같이 넘기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 성장 로드맵을 가지고 같이 고민해야 사업도 투자회수(Exit)까지 성공할 수 있다"면서 "좋은 씨앗이 될 연구성과가 비바람, 태풍을 견디며 뿌리내리도록 하는게 과학기술사업화다. 우리나라 연구 수준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연구소나 대학별로 잔잔한 성과가 아닌 각 기관을 대표할 성공모델을 만들어내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정한철 전무 "이공계인 과학기술 기반 장점 많다"

정한철 더 웰스인베스트먼트 전무.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실 발령이 나자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다. 기술의 가치를 발견하고 시장에 잇는 역할이 보람이 크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는 후배들에게 3년을 해보라고 조언한다.[사진= 더 웰스인베스트먼트]
정한철 더 웰스인베스트먼트 전무.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실 발령이 나자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다. 기술의 가치를 발견하고 시장에 잇는 역할이 보람이 크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는 후배들에게 3년을 해보라고 조언한다.[사진= 더 웰스인베스트먼트]
정한철 더 웰스인베스트먼트 전무는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석사 후 기업 애경화학 연구소에서 연구자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신사업 개발과 인수합병을 맡게되면서 전공보다 기술 발굴에 눈을 떴다. 

그는 재직 중 2005년 박사학위도 받았다. 회사는 그를 연구부서로 발령냈다. 하지만 그는 실험실 대신 기술사업화로 진로를 바꿨다. 연구보다 기술을 발굴하고 사업화할 때 가치가 커진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자신을 기술사업화 전문 VC라고 소개한다.

"기업에서 7년 연구개발 후 7년은 신사업 개발을 맡았는데 기업간 M&A, 기술 연계를 하면서 VC를 처음 알게됐어요. 당시만 해도 인식이 거의 없어 하는 일이 뭐냐고 물으니 투자와 대출을 연계하고 잘되면 주식, 안되면 이자율을 받는다는데 이해가 않되더군요. 양아치가 아니냐고 되물었어요.(웃음)"

이후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창업에 나섰다. 실패도 경험했다. 새롭게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기술사업화 팀장으로 기술과 시장을 잇는 역할에 나선다. 출연연 기술 중 시장이 필요로 하는 성과를 기업과 연계했다. 기술 창업도 지원했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을 발굴하고 필요로 하는 곳에 이전했다. 그의 눈에 들어온 특허들이 기업으로 속속 이전됐다.  기관의 기술 이전료 수입도 크게 늘었다. 30억원대에서 100억원대로 증가했다. 하지만 아쉬움이 있었다.

"기술을 이전해 가는 기업에서 사업자금의 필요성을 이야기 하더군요. 상품화까지 가려면 정부과제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고요. 당시만 해도 조건부 기술이전은 사기라고 보았기 때문에 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기술과 자본, 사람이 버무려질때 제품이 나오고 가치가 만들어지겠다 싶었죠. "

정 전무는 출연연을 퇴사, VC로 옮긴다. 기술 이전을 넘어 투자 관점으로 새롭게 도전에 나섰다. 그는 투자에 앞서 사람과의 네트워크를 중시한다. 

"좋은 기술, 좋은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고 성장을 지원하며 엑시트까지 좋은 마무리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장기간 기업을 지켜 보며 관계를 돈독히 합니다. 그러다보니 초기 기업이라도 성장 가능성을 보고 단독 투자도 많았죠."

그는 "한국의 바이오 벤처들의 성장에는 민간 투자사의 역할이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지원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규모가 작다"면서 "기업들을 지켜보며 시리즈 A 단계의 투자도 많았다. 지금은 성장해 상장을 앞둔 기업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전무는 기술개발(TD)과 기술상업화(TC)가 완성될때 기술사업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투자 심사역으로 이공계 출신이 큰 폭으로 늘고 있는 것에 대해 고무적으로 보았다. 

"투자회사 심사역의 60%가 이공계입니다.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약진하는데는 약대 박사, 의학분야 박사 VC들의 역할이 큽니다. 일부는 바로 떠나기도 하는데 후배들에게 3년을 견디라고 이야기합니다. 그제야 시장이 보이고 핵심운영 인력이 되며 5년쯤 지나면 투자, 회수 경험으로 펀드 관리가 가능해 지거든요."

정 전무는 "최근 젊은 친구들의 지원이 크게 늘었다. 대학부터 준비해 오는데 그들은 플랫폼 중심의 비즈니스 감각이 높아 기대가 크다"면서 "심사역으로 800~1000여명이 등록된 것으로 아는데 절반정도가 이공계 출신이다. 기업 경험이 많아 무척 액티브하고 급여나 인센티브가 경력대비 나쁘지않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창업자들을 높이 평가했다. 정 전무는 "사업을 해본 사람, 창업 후 망해보고 다시 일어선 사람은 창업을 해 보지 않은 사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생이 풍성하다. 별별 고민을 다 해보고 한계도 경험해보는 것"면서 "투자사들은 기업이 빛 날 수 있도록 돕는 셰르파(히말라야 산맥 등산 안내자)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투자사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벤처캐피털협회 벤처투자정보센터 자료에 의하면 국내 투자사는 165개사다. 2016년 120개사에서 2019년 149개, 지난해 21개사가 신규 등록했다. 현재 운영중인 조합은 1076개, 32조9334억원이다. 20년 신규 결성된 조합은 206개, 약정금액은 6조5676억원이다. 

집중 분야는 바이오와 의료, ICT 서비스, 유통 서비스 순. 투자사의 바이오분야 투자는 2017년 3788억원,  2018년 8417억원, 2019년 1조1033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시기도 초기, 중기, 말기 고르게 투자가 이뤄진다. 국내 바이오벤처의 약진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그 중심에는 이공계 출신 투자전문가들의 역할이 있다. 

조 대표와 정 전무는 이공계 출신의 VC를 두고 과학기술 전문 지식 기반의 투자로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는 점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두 사람은 "과학기술 기반 연구개발, 신사업 발굴, 투자유치 등 경험을 활용해 기업을 키워내고 그 과정을 지켜본 또 다른 공대 출신이 투자자로 나서며 생태계가 형성돼 가고 있다"며 "이공계인의 투자업계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기술 중심의 스타트업과 벤처들의 성장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이공계인의 투자업계 진출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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