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제약사가 변하고 있다. 기존 사업인 신약개발에서 새로운 영역인 디지털 헬스케어로 눈을 돌리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전통 제약사가 변하고 있다. 기존 사업인 신약개발에서 새로운 영역인 디지털 헬스케어로 눈을 돌리고 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전통 제약사가 변하고 있다. 기존 사업인 신약개발에서 새로운 영역인 디지털 헬스케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통 제약사의 이 같은 행보는 시대적 흐름에 따른 것이란 평가다. 최근 전 세계가 디지털 의료기기나 헬스케어 서비스에 주목하고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해외선 질병 예측 서비스 이미 시작


미국 헬스케어 기업 CVS헬스는 2021년 ‘헬스트렌드리포트’에서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가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의료서비스 분야로 주목받을 것으로 봤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앞으로 질병 예방용 의료기기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전망.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230조원에서 2025년 600조원가량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관련 업계는 ▲인공지능(AI)이 접목된 웨어러블 심전도계 ▲스마트기기와 연동 가능한 혈당측정기 ▲혈액으로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진단키트 등을 개발 중이다. 심혈관질환·암을 유전자검사로 예측하는 기술도 보완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는 이미 해외에서 진행 중이다. 미국 보험회사 시그나는 ▲심장 박동수 ▲스트레스 측정 ▲BMI계산 ▲흡연·알코올 습관을 확인해 질병 위험을 예측하는 온라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핑안보험은 헬스케어 플랫폼 핑안굿닥터로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해당 플랫폼의 회원 수는 2억6000만명에 달한다.

신약 중심이었던 다국적제약사도 전략적 투자를 통한 역량강화에 나섰다. 다국적제약사 로슈는 젠마크를 인수해 몸집을 키웠다. 젠마크는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8번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체외진단기업이다. 얀센은 암환자 자가관리·원격 모니터링 전문기업 발렌티스에 투자한 바 있다.

녹십자 진단예방사업, 반려동물까지 확대


국내 전통 제약업계도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으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GC녹십자다. GC녹십자의 자회사 GC녹십자랩셀은 지난 4일 반려동물 질병 진단·예방·치료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건강관리 서비스를 출시한 데 이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GC녹십자헬스케어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유비케어를 지난해 인수에 성공해 저변을 넓혔다. 유비케어는 환자 의료정보를 디지털화하는 시스템(전자의무기록·EMR)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전국 병·의원 2만3900여개가 이 회사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GC녹십자헬스케어는 그룹에서 IT 기반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유비케어와 접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주요 제약사 투자 사례./그래픽=김은옥 기자
주요 제약사 투자 사례./그래픽=김은옥 기자

GC녹십자 관계자는 “자사가 보유 중인 제약·진단검사 등 역량이 유비케어와 합쳐지면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전통 제약사업과 함께 빅데이터·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동화약품도 디지털의료기기·AI 바이오벤처 등을 대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18년 리브스메드(복강경 수술기구)를 시작으로 비비비(체외진단기기)·필로시스(스마트기기 연동 혈당측정기) 등 바이오벤처에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벤처, 제약사 지원받아 성과 쏠쏠


이들의 성과도 눈에 띈다. 리브스메드의 복강경 수술기구 ‘아티센셜’이 세계 최대 의료기기 시장인 미국에서 1월부터 판매를 진행했다. 이 기업이 공급하는 네트워크 병원인 카이저 퍼머넌트는 분원이 38곳에 달한다. 이외에도 영국·프랑스·호주·일본 등 17개 국가에 수출 중이다.

뷰노·휴이노는 글로벌 의료기기회사와 업무협력에 나서며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뷰노는 17일 필립스코리아에 암 진단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 발현 수치를 AI로 정량화하는 기술을 공급키로 했다. 바이오마커로 암 발병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는데 이 수치를 헤아려 의료진의 진단을 보조한다.

휴이노 부정맥 보조진단 의료기기, 필로시스 스마트폰 호환용 혈당측정기./사진=각 사
휴이노 부정맥 보조진단 의료기기, 필로시스 스마트폰 호환용 혈당측정기./사진=각 사

뷰노는 딥러닝 엔진을 기반으로 영상·생체신호 등 의료데이터를 분석하는 바이오벤처다. 자체 딥러닝 엔진인 ‘뷰노넷’을 기반으로 의료영상 등 빅데이터를 학습해 진단을 보조하거나 질환의 예후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의료진이 환자의 뼈 연령이나 치매 진단 등을 할 때 참고할 데이터를 만들어준다.
휴이노도 최근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과 부정맥 조기진단을 위한 공동연구에 착수했다. 양사는 웨어러블 심전도기기 사용과 부정맥 조기진단·치료의 연관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휴이노는 웨어러블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바이오벤처로 손목시계형 의료기기를 국내 최초로 건강보험에 등재시키며 실제 성과도 보였다. 이 기기는 사용자의 심전도를 의료진에 원격 전송한다. 길영준 휴이노 대표는 “이 기기가 보편화되면 부정맥 조기 진단율이 높아지고 뇌졸중 등 중증질환으로 발현되는 위험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