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중심 성장한 한국 리츠, 20년째 정체

2021-03-24 12:01:55 게재

리츠 280개사 자산 60조원 돌파 … 사모 비중 90.6%

상장리츠 시총, 일본은 한국의 35배, 싱가포르 19배

상장리츠 중심으로 시장구조재편 … 인센티브 줘야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 리츠를 도입했지만 사모리츠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20년째 정체 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리츠제도를 도입한 일본과 싱가포르가 공모중심으로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모습이다.


상장리츠의 경우 시가총액은 일본은 한국의 35배, 싱가포르는 19배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국내 리츠시장은 대부분의 사모로 설정되어 상장리츠의 시장규모가 작은 상황이며, 투자대상도 제한적이라며 시장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상장리츠를 중심으로 시장구조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상장리츠 비중 10%도 안돼 = 24일 금융투자업계와 리츠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말 기준 국내 리츠 280개의 자산 합계는 61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 25조원에 그쳤던 리츠 자산 합계는 2018년 43조2000억원으로 빠르게 늘어나며 지난해 60조원을 돌파했다. 이 중 사모리츠는 90.6%의 비중을 차지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리츠는 2018년말 6개에서 2019년말 7개, 2020년말 13개로 증가했다. 정부의 상장리츠 활성화 정책에 따라 2019년부터 리츠시장의 구조가 점진적으로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리츠의 공모·상장을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정책 및 상장리츠의 공급을 확대하려는 리츠 운용업계 노력 덕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리츠시장에서 상장리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 상황이다. 신규 공모발행을 추진하던 일부 리츠가 저조한 청약으로 발행에 실패하는가 하면 일부 상장리츠는 공모가를 밑도는 저평가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다.

한편 리츠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하여 부동산 또는 부동산과 관련된 유가증권에 투자·운용하여 발생하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간접투자기구다. 그동안 국내 리츠는 일반투자자의 부동산 간접투자상품 공급 확대의 수단보다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모방식의 투자수단이나 임대주택 확대와 같은 주택정책의 수단으로 주로 활용되어 왔다.

◆투명성·효율성 낮아 = 자본시장연구원의 김보영 선임연구원은 리츠가 활성화된 대부분의 국가는 공모리츠가 활성화되어 수익과 비용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이루어지고, 시장 가격이 형성되어 시장투명성과 효율성이 높은 구조를 갖고 있는 반면 국내 리츠시장은 사모위주의 시장구조로 인해 시장의 투명성과 효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 일반투자자에 대한 부동산 간접투자기회 제공 및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리츠제도를 도입했다. 2010년부터는 일부 자기관리 리츠가 상장되는 등 도입 초기에는 상장리츠 시장이 성장했다. 그러나 자기관리리츠인 다산리츠의 배임사건, 골든나래리츠의 주가조작, 삼우리츠의 가장납입 등 2011년 상장리츠의 투자자보호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리츠의 건전성이 크게 저하되면서 리츠의 상장요건이 강화됐고, 이후에는 사모리츠 중심으로 제한적인 성장을 했다.

김 연구원은 "투자자의 측면에서 일부 자기관리리츠의 부실화로 리츠에 대한 신뢰가 하락한 것이 상장리츠에 대한 투자 수요를 위축시킨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상장리츠의 규모가 작고 종류도 다양하지 못하여 부동산 간접투자의 수단으로 리츠 투자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것도 상장리츠시장을 위축시킨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싱가포르, 상장리츠 중심으로 성장 = 반면 우리와 유사한 시기에 리츠를 도입한 싱가포르, 일본 등의 아시아 국가들은 상장리츠를 중심으로 시장을 크게 성장시켜, 글로벌 리츠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2000년 리츠를 도입한 일본은 현재 시가총액 1.4조달러에 달하는 66개의 리츠가 상장됐다. 글로벌 상장리츠 시장의 7.3%(시가총액 기준)를 차지하며 세계 2위의 규모로 성장했다. 일본은 자국 내 대규모 상업용부동산 자산을 기반으로 리츠의 스폰서로서 대형은행의 참여, 시장 확대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을 통해 아시아 최대 규모의 상장리츠 시장으로 발전했다. 리츠제도 도입 초기부터 일본 대형은행 및 대기업이 보유한 막대한 규모의 상업용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해 대형 리츠 중심으로 운영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의 상업용부동산 규모는 22.3억달러로 아시아 최대 규모다.

2002년 리츠를 도입한 싱가포르는 상장리츠 중심으로 성장해 현재 43개의 상장리츠가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에 달한다. 싱가포르는 일본과 달리 협소한 상업용부동산 규모에도 불구하고 정부 주도의 육성책과 적극적인 해외자산 편입을 통해 글로벌 리츠 중심지로 성장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2000년대 초 대체투자 거래 중심지 육성의 일환으로 리츠 시장을 성장시켰고, 이를 위해 국부펀드 및 정부산하 기업 및 기관투자자 등이 리츠의 스폰서로 참여했다. 싱가포르 상장리츠의 해외부동산 편입 비중은 2012년 64%(28개 리츠 중 18개)에서 2020년 10월 88%(42개 리츠 중 37개)로 확대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상장리츠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적인 인센티브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모로 발행된 리츠에 대해 법인세 감면, 취득세 감면, 양도소득세 이연, 배당금에 대한 세금 혜택 등을 부여하여 공모발행을 유도해야 한다"며 "외국의 상장리츠시장을 활성화시킨 사례 등을 검토하여 상장리츠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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