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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금융] `ESG 빅뱅`…금융의 새로운 게임체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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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매출·이익만으로
성과 평가하는 시대 끝나

관련 부서 신설 등
제도 정비·상품 개발 나서
금융권에서 ESG 금융이 최고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ESG는 환경·책임·투명경영을 기업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두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권에서 ESG를 주목하는 것은 단순히 매출이나 이익만을 기준으로 기업의 성공과 성과를 논의하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금융 소비자들 역시 ESG를 실천하는 금융사를 더 높이 평가하고 실제 이용률도 높이는 추세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금융권 역시 ESG를 실천하기 위해 내부 관련 부서를 신설하는 등 제도를 새롭게 정비하고 상품 개발에서부터 투자에까지 ESG 철학을 담기 위해 앞다투어 나서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세상을 바꾸는 금융'이라는 미션을 바탕으로 기업활동의 전 영역에 걸쳐 ESG 경영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1월 그룹의 전 계열사가 모여 'ESG 이행원칙'을 선언했고 3월에는 금융사 최초로 이사회 내에 ESG 경영 최고의사결정기구인 'ESG위원회'를 신설하며 국내 금융사 중 가장 빠른 행보를 보여왔다.

신한금융그룹은 '미래를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이라는 미션을 실천하고자 금융 본업에 기반한 ESG 지속가능경영 체계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희망사회 프로젝트와 혁신성장 프로젝트를 양대 축으로 고객과 사회, 국가의 가치를 함께 높이는 상생의 선순환을 구축하기 위한 CSV(공유가치 창출) 경영을 추진 중이다.

하나금융그룹은 그룹 중장기 경영전략인 'NEXT 2030'을 통해 플랫폼·글로벌·ESG 금융의 3대 성장전략을 선정했다. 특히 올해 ESG 경영에 방점을 두고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 극대화 도모를 통한 지속가능경영 고도화 추진에 나서고 있다. 또 그룹 미션인 '함께 성장하며 행복을 나누는 금융' 실천을 위해 2050년까지 그룹 전 관계사 적용을 목표로 하는 탄소 중립 선언과 국내외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채권 인수 등을 전면 중단하는 탈석탄 금융 선언을 한 바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2019년 지주사를 설립하며 그룹 차원의 ESG 경영을 처음 도입했다. 기존과 같은 사회공헌활동 중심의 ESG 전략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판단하에 ESG 전담부서도 지난해 12월 설립했다. 이곳은 주요 자회사와 유관부서의 ESG 대응을 총괄 관리하며 그룹 경영전략과 연계하는 지속가능경영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NH농협금융은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응하고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과 그린뉴딜 정책에 발맞춰 친환경 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ESG 경영체제로의 완전한 전환인 'ESG Transformation 2025' 비전을 선포했다. 이와 함께 향후 국내외 석탄 발전소 건설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과 채권에 투자하지 않고, 친환경 사업과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투자를 확대한다는 내용의 '탈석탄금융'을 선언했다.

KDB산업은행은 녹색금융을 주도하는 정책금융기관으로의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산은은 올해 초 기존 정책기획부문을 '정책·녹색기획부문'으로 확대 개편했다. 녹색금융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ESG·뉴딜기획부'를 신설하는 등 조직 정비를 완료했다. 또 녹색금융·ESG 어젠다에 대한 은행 내 공감대 형성과 체계적 실행방안 도출을 위해 지난달에는 유관부서가 참여하는 '지속가능경영 추진 협의회'를 발족시켰다.

국내 대표 보험사인 삼성생명은 이달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ESG 경영의 중요성과 전문성을 고려해서다. 위원회는 향후 ESG 전략과 정책을 수립하고 ESG 활동 관련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화재도 ESG 경영 내재화를 위해 친환경 보험상품 매출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또한 지속적인 신재생 에너지 중심의 ESG 투자를 진행 중이다. 디지털 기술 기반으로 종이 없는 보험 계약을 확대하고 자발적으로 사내 온실가스 감축 캠페인을 추진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11월에 삼성화재는 사회책임투자 원칙에 따라 탈석탄 정책도 선언했다.

증권·자산운용업계는 ESG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선도적인 경영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한국금융투자협회는 '금투업권 ESG 협의체'를 만들어 ESG 신경영 도입에 나서고 있다. 금투협회장은 ESG 관련 공시범위 확대, ESG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신설, 연기금의 ESG 투자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ESG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비록 우리나라는 해외 선진국에 비해 늦게 시작했지만 이미 수소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산업 기반이 상당히 갖추어져 있어 앞으로 그린뉴딜 등을 통해 투자도 활발히 이루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ESG 투자환경 인프라 확대에 대한 노력은 한국거래소뿐 아니라 개별 증권·운용사도 앞장서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ESG 자문위원회'를 발족하고 ESG 정보공개 확대와 정책수립에 나서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에 대해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기업지배구조 관련 공시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2026년에는 모든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이 공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증권사와 운용사들도 ESG와 관련해 직접투자를 하거나 펀드를 조성해 간접투자에 나서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ESG를 투자·경영 판단을 위한 주요 항목으로 보고 관련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ESG 관련 누적투자액은 9130억원으로 환경 부문 1059억원, 사회적 책임 부문 4826억원, 지배구조 부문에 3245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친환경 프로젝트에 대한 직접투자와 금융자문, 주선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2019년 증권사 최초로 외화 SRI 채권 발행에 성공하는 등 증권업계 ESG 선도 기업으로서의 위상도 높이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서스틴베스트가 주관한 '2020년 ESG등급평가'에서 증권사 중 최고 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

삼성자산운용은 ESG와 관련해 이른바 '착한기업'을 투자대상으로 한 펀드를 출시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삼성 ESG착한책임투자펀드' '삼성에너지트랜지션' 'KODEX 탄소효율그린뉴딜' 'ESG밸류채권' 등 재무적 성과와 더불어 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한 투자상품을 내놓고 있다.

[윤원섭 기자 /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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