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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쏘아올린 공)잠재력 갖춘 유니콘 기업들 "미국으로 가볼까"
쿠팡 성공적 데뷔에 자극 받아…달콤소프트 등 글로벌 증시 상장고려
2021-03-22 04:00:00 2021-04-02 15:50:13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쿠팡이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하면서 미국 증시 진출을 고민하는 국내 기업들도 늘고 있다. 국내 증시의 높은 규제 문턱에 부담을 느낀 스타트업이 미국 직상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시 상장을 놓고 고민하는 기업들이 한국이 아닌 미국행을 고려하고 있다. 모바일 리듬게임으로 잘 알려진 게임업체 달콤소프트가 그 중 한곳이다. 달콤소프트는 지난 2019년 컬리, 왓챠 등과 함께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달콤소프트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과 해외 유명 아티스트의 음악으로 게임을 출시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자연스레 뉴욕 증시 상장을 고려하게 된 케이스다.
 
미국에는 기술력이 우수한 스타트업이 상장할 수 있도록 마케팅·투자유치 등까지 패키지로 지원하는 업체들이 있는데, 회사는 이들과 계약을 맺고 해외 시장 공략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걸 달콤소프트 대표는 "달콤소프트는 처음부터 미국 등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미국에서 꾸준히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뉴욕상장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달콤소프트측은 "미국상장의 경우 국내상장을 포함해서 회사 성장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라면서도 "미국의 스타트업 상장지원 업체와 계약을 맺은 바가 없고, 구체적인 상장 스케줄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미국 법인을 설립한 바이오기업 A사도 미국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 바이오 기업 특성상 각종 리스크에 노출돼있기 때문에 기술력을 믿어주는 장기 투자자들이 더 필요하다. 벤처 투자 환경이 국내보다 미국이   더 잘 조성돼 있어 기술력에 기반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등 기업들이 해외 상장을 선택하는 이유는 물론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이번 미국 기업공개(IPO)를 통해 45억5000만달러(한화 약 5조17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으며, 상장 후 시가총액이 100조원에 달한다. 쿠팡의 경우 '만년 적자 기업'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었지만 미국 시장에서 미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미국 시장에선 복수의결권(차등의결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도 탈한국을 부추기고 있다. 차등의결권이란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일부 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것으로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 가운데 하나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뉴욕증시를 택한 배경으로 차등의결권이 거론되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내에서 성장한 스타트업들이 줄줄이 미국행을 결심하더라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까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던 10개 기업 중 게임업체 그라비티를 제외하곤 모두 상장 폐지됐다. 해외에서 인지도를 쌓은 기업이 아닌 내수 기업이라면 특히 투자자들 사이에 이름을 알리기도 어렵고, 거래량이 적어지면 결국 상장 폐지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왼쪽 세 번째) 등 경영진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인 11일(현지시간) 상장을 기념해 오프닝 벨을 울리고 환호하고 있다. 쿠팡은 종목 코드 CPNG로 뉴욕 증시에 입성했다. 사진/AP·뉴시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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