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기업' 투자 안하면 도태될라…PEF, 너도나도 ESG '열공'

테헤란로 /사진=류승희 기자 grsh15@

올해 토종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공 모드'에 돌입했다. 지난달 산업은행의 정책형 뉴딜 펀드를 시작으로 국내 주요 출자자(LP)들이 ESG 투자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서둘러 시장 선점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18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틱인베스트먼트는 ESG 정책 태스크포스팀(TFT)을 별도로 만들어 '스틱 인베스트먼트 ESG 정책(STIC INVESTMENT ESG POLICY)'을 수립했다.


큰 틀에서 ESG 정책 툴을 갖춘 것으로 구체적 실행방안은 컨설팅 회사와 함께 만든다. 다음 주 2개 컨설팅 회사를 대상으로 RFP(제안요청서)를 받아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ESG 통합솔루션을 완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ESG투자를 시행할 계획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ESG라는 집을 제대로 지으려고 한다"며 "ESG 정책을 설립해 ESG 투자를 위한 큰 프레임은 마련했고 앞으로 구체적 실천방안이라는 살을 덧붙여 올해 본격 ESG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IMM PE(프라이빗에쿼티)도 올해부터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포트폴리오 기업 7곳을 대상으로 지속가능보고서를 작성토록 할 예정이다. 해당 기업 CEO에 대한 연간 성과평가와 인센티브 지급시 ESG 경영을 제일 중요한 항목으로 쳐 가중치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와 동시에 투자기업 선정 시 기존 실사작업에 ESG 실사도 추가 수행할 계획이다.


IMM PE 관계자는 "올해부터 투자회사들이 지속가능보고서를 쓰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ESG경영이 내재화되도록 할 예정"이라며 "ESG 점수가 높지 않은 회사들은 장기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기업의 부족한 ESG 요소를 채워줌으로써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UNPRI(UN책임투자원칙, UN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가입도 고려하고 있다. UNPRI는 UN이 제시한 책임투자원칙이다. 단기 실적주의를 지양하고, ESG 투자를 의무화하는 등 6개 원칙을 제시하는데, UNPRI에 가입한다는 뜻은 대외적으로 사회책임투자를 하겠다고 공표하는 것과 같다.

이미 MBK파트너스와 글랜우드 PE는 UNPRI에 가입했다. 렙리스크(REPRISK) 등 해외 평가기관을 활용해 투자 대상 기업의 ESG 요소를 스크리닝한 후 투자에 나서는 방법을 택해왔다. 렙리스크는 기업 재무제표는 물론, 해당 기업 뉴스까지 모아 ESG 평가를 하는 글로벌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한앤컴퍼니와 스카이레이크, JKL파트너스 등도 내부적으로 ESG 투자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ESG에 대한 명확한 투자 원칙이나 기준을 제시하는 곳이 없어 각개전투 식으로 ESG 스터디를 진행하는 중이다. 블랙스톤, KKR, TPG, 판테온 등 글로벌 PEF 운용사들의 ESG 투자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

올해 PEF들이 ESG 평가 도입에 열을 올리는 것은 LP들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지난 2월 산업은행이 '정책형 뉴딜펀드' 위탁운용사를 모집하면서 제안서에 ESG 평가항목을 넣은 것을 시작으로 이달 수출입은행이 2000억원 이상 규모로 글로벌 ESG 펀드를 조성하는 등 LP들의 ESG 투자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ESG를 중시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발맞춘 흐름이다.

한 PEF 관계자는 "최근 투자에 ESG 원칙을 어떻게 가미하겠냐는 구체적 질문을 던지는 LP들이 많아 GP(운용사)도 고민이 커졌다"며 "다만 아직 기관들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GP들이 각자 스터디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