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14일 17:00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코로나 위기 이후 향후 2년 아시아지역에 '투자의 황금창'(Golden Window)이 열릴 것이라며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예고했다. 특수목적투자 펀드 조성 계획도 시장에 처음 알리며 추가 '현금 확보'에도 나섰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아시아 최대 바이아웃(경영권인수) PEF를 운용하는 MBK파트너스는 국내외 주요 연기금 등 100여곳의 출자자들에 지난해 성과와 올해 투자 계획을 담은 연례서한을 발송했다. MBK파트너스는 2006년 이후 매 년 3월 투자자들에 해당 서한을 전달해 왔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해당 서한을 통해 "MBK파트너스는 아시아 기반 운용사 중 최장기간인 22년을 같은 팀으로 활동하며 1998년 아시아금융위기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코로나19 위기라는 3번째 시장 격변을 겪었다"라며 "우리의 교훈은 위기 이후 2년간 투자의 '황금창(Golden window)가 열린다는 것"이라 자사의 향후 투자 전략을 내비쳤다.

MBK파트너스는 이에 맞춰 12억5000만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SSF) 2호 펀드 조성에 돌입한 사실도 투자자들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지난해 말부터 출자자 모집에 나서 올해 상반기 마무리할 계획이다. SSF는 경영권 인수(바이아웃) 뿐 아니라 기업 구조조정, 부실자산 인수, 소수지분 투자 등 투자 영역이 정해지지 않은 펀드다. 지난해 조성한 8조원 규모 5호 바이아웃 펀드에 이어 유동성을 보강하려는 움직임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PEF운용사들도 혼란스런 한 해 였다고 평가했다. 경기 침체와 투자 기업들의 몸값(밸류에이션)간 비동기적인 회복(asynchronous recovery)을 배경으로 꼽았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7.5배 수준이던 기업들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9.5배 수준까지 치솟은 점이 대표적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MBK파트너스가 지난해 36억달러 규모 투자금 회수(Exit)에 성공한 점을 자사의 성과로 꼽았다. 설립 이후 연간 기준 두 번째로 큰 금액이다. 16년간 총 144억달러를 투자자들에 돌려주며 아시아기반 PEF 운용사(GP) 중 가장 큰 금액의 투자 회수에 성공한 운용사로 도약했다. 지난해 투자금 대비 2.1배 수준인 12억달러에 매각한 대성산업가스와 투자금 대비 4.5배 수익을 거둔 중국 물류사 에이펙스 로지스틱스 매각, 두산공작기계의 자본재조정 등을 대표 투자 회수 사례로 꼽았다.

각 펀드별 투자 수익률 현황도 공개됐다. 2호 펀드의 경우, 투자금에 3배 가까운 수익(2.7배)을 거두고 있고, 4호 펀드와 SSF1호펀드도 투자금의 두 배 가까운 성과를 기록 중이다. 운용중인 펀드 4개(2~4호 펀드, SSF 1호)의 총합 기준으로 지난해 기준 투자금 대비 2.4배, 연간 내부수익률(IRR) 기준으론 27.5%의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바이아웃 PEF의 경우 보통 '연간 IRR 8%'를 투자 성패의 기준점으로 삼는다. IRR 8% 이상의 수익률을 거둘 경우, 투자 차익의 20%를 운용사들이 성과보수(Carried interest)로 얻기 때문이다.
김병주 MBK 회장 "이제부터 2년간 투자의 황금기"
김 회장은 코로나19가 MBK의 투자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에 나선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거래는 기술기반 거래(Every deal is a tech deal)"가 돼야 한다는 첫 번째 원칙을 밝혔다. 신규 거래 뿐 아니라 MBK파트너스의 기존 포트폴리오에도 디지털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전통적 소매·유통업종인 홈플러스, 고디바 등의 온라인화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향후 경기 회복 국면에선 '현금이 왕'(Cash is king)인 점도 다시금 강조하며 MBK의 투자 경험을 투자자에게 강조하기도 했다. MBK가 보유중인 60억달러(약 7조원)의 미소진자금(드라이파우더)과 독보적인 투자 회수 경험이 곧 경쟁력이란 설명이다.

김 회장은 "MBK는 설립후 아시아지역에서 16년간 235억달러(27조원)을 투자해 144억달러를 29곳의 투자자(LP)에 돌려준 운용사"라며 "폭풍우 속에선 경험이 등대가 된다(Experience is the lighthouse in stormy seas)"라고 덧붙였다.
김병주 MBK 회장 "이제부터 2년간 투자의 황금기"
※ 김병주 회장의 연례서한 전문은 마켓인사이트 유료 사이트(marketinsight.hankyung.com)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