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업계 "모태펀드 직접투자 자제해야"…정부 "보완방안 검토"

12일 서울 서초구 소재 한국벤처투자 중회의실에서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VC업계 간담회에서 최화진 코나벤처파트너스 대표이사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공공기관인 한국벤처투자가 직접 벤처투자에 나서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벤처캐피탈(VC),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 대표들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이영민 한국벤처투자 대표를 만나 한국벤처투자의 직접적인 투자 활동은 자제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12일 국내 주요 벤처캐피탈(VC) 대표들은 서울 서초구 한국벤처투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만나 "초기투자 과정에서 발굴한 스타트업의 성장(스케일업)을 위한 지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대표들은 창업초기펀드, 인수합병(M&A)펀드, 지역투자펀드 등 활성화가 필요한 분야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특히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글로벌펀드의 예산 확대를 건의했다.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는 "지난해부터 모태펀드가 직접 초기 투자에 나서고 있는데 자본도 중요하지만 전문적인 지원이나 육성도 필요하다"며 "현재 같은 방식으로 직접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은 전문성 측면이나 민간하고 충돌하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직접 투자예산이 400억원 정도로 알고 있는데, 오히려 민간 신생 운용사(루키리그)들은 출자 예산이 부족해 경쟁이 치열하다"며 "다양한 영역에 투자하는 신생 운용사들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한국벤처투자의 직접 투자의 전제조건으로 '민간이 투자하지 않는 분야'라고 선을 분명히 했다. 박용순 중기부 벤처혁신정책관은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벤처투자 위축을 막기 위한 취지로 나섰던 성격이 크다"며 "이후에는 민간에서 하지 못하는 분야만을 대상으로 하고, 나아가 민간 창업기획자들과 협업해 보완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주식교환방식 M&A 제도 도입 필요"
VC업계 대표들은 회수(엑시트) 시장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아이디어들도 제시했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기업공개(IPO) 외에도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기업 간 주식교환방식 M&A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 회수 시장이 보다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기업간 주식교환방식은 현행법상 세금 문제가 걸리는데 중기부에서 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번 간담회는 코로나19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제2 벤처붐의 열기를 이어나가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지난 4일 진행한 벤처업계 협회장 간담회에 이어 권 장관 취임 이후 열린 두 번째 벤처분야 행사다.

이날 VC업계 의견을 경청한 권 장관은 "중기부와 한국벤처투자가 제도를 더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언제든지 의견들을 달라"며 "중기부가 업계의 불합리한 부분들을 고칠 수 있는 스피커 역할을 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자리에는 중기부에서 권 장관을 포함해 이준희 기획조정실장, 차정훈 창업벤처혁신실장, 박용순 벤처혁신정책관 등이 참석했다. 유관기관과 벤처투자업계에서는 이영민 한국벤처투자 대표와 이용관 블루포인트 파트너스 대표,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최화진 코나벤처파트너스 대표, 하태훈 위벤처스 대표,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등이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