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산업계, 디지털전환 강조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진출
정부 규제 완화 및 코로나 이후 비대면 의료 중요성 커져
국내 기업들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진출이 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대기업 수장들의 ‘디지털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뿐 아니라 전자, IT 플랫폼, 중공업 등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 대표들이 ‘디지털 전환’ 패러다임에 맞춘 의료 산업에 눈을 돌리며, 미래 신성장동력 모색에 한창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그간 정부 규제로 인해 실제 사업 추진이 어려웠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원격의료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정부 정책에도 변화가 생겼고, 민간 기업들도 급성장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이유로 정부의 마이데이터 사업 등 규제 혁신과 바이오 헬스 육성 정책 등이 꼽힌다.

최근 은퇴한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피 검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 은퇴후 U헬스케어 스타트업 창업 도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코로나19 감염증으로 디지털 플랫폼 기술이 확대되고, 비대면 헬스케어 산업이 급격하게 발달할 것"이라며 "원격 의료가 당겨지고 인공지능(AI) 기반 진단 시스템이 발전하는 등 코로나 이후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전자, 카카오와 맞손…의료 시스템 구축 나서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협업하기 위해 투자한 ‘파이디지털헬스케어’, 서울아산병원·현대중공업지주와 투자한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는 최근 추가 투자 300억원을 받았다.

카카오는 향후 두 법인을 합병해 의료 데이터 전문성을 살리고 의료 빅데이터 솔루션 사업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두 법인은 가치를 합치면 1000억원이 넘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LG전자도 이번 투자에서 주요 출자기관(LP)중 한 곳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LG전자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및 카카오와 공동으로 범부처 의료시스템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 인공지능 개발과 사물인터넷(IoT)인 IoMT(Internet of Medical Things) 표준·보안 분야를 담당한다.

LG전자와 분당서울대병원이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개발 MOU를 체결한 후 양측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향후 관련 데이터를 통해 헬스케어를 생활가전에 접목시킬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2019년 8월 분당서울대병원과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분당서울대병원과 LG전자는 소비자들이 가전제품을 통해 복약 상태, 혈당 · 혈압 수치, 병원 진료기록 등 건강 정보를 쉽게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하고 시범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2018년 취임 이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을 강조해 오고 있다. LG그룹 해외 벤처 투자기업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인공지능(AI) 기반 의료 진단 업체인 '제브라 메디컬 비전'에 투자하기도 했다.

 

카카오·현대 중공업 지주, 의료원과 디지털헬스케어 협력

앞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지난 2017년 에스토니아를 방문해 블록체인을 활용한 의료 데이터 산업에 관심을 둔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2018년에는 서울아산병원과 2019년에는 연세의료원과 함께 의료 데이터 사업과 관련한 법인을 설립하고 투자를 단행했다.

2019년 당시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연세의료원과 헬스케어 ICT 합작법인 파이디지털헬스케어에 대한 100억원 규모의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연세의료원은 파이디지털헬스케어에 650만 질환자의 의료 데이터와 의료 정보 시스템의 관리 노하우를 제공한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이러한 의료 빅데이터가 가지는 의미와 정보를 도출할 데이터 구조화 기술 및 플랫폼 등 기술지원에 나섰다. 분석된 데이터는 비식별, 익명화돼 의료 현장에서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를 제공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카카오가 현대중공업지주 및 서울아산병원과 함께 의료 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지주 제공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현대중공업지주는 2018년 8월 각각 50억원씩을 출자해 AI 기반 의료데이터 합작사인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를 만들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사업모델 다각화·전략을 담당하고, 서울아산병원은 비식별화 및 익명화된 의료정보를,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다양한 플랫폼 사업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플랫폼을 구성하는 역할을 하기로 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부사장은 미래성장동력으로 바이오, 인공지능(AI), 에너지를 주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이사회는 지난해 9월 ‘미래위원회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정기선 부사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았다.

미래위원회 TF는 젊은 직원들의 신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특히 바이오, AI, 에너지 분야에 역점을 두고 신사업 방향을 이끌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바이오 부문에서는 의료데이터 활용을 위해 설립된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를 활용한 투자와 사업 진행이 예상된다. 최근 카카오 및 서울아산병원과 의료데이터 사업을 진행 중인 것도 이러한 바이오 분야 미래성장 동력 모색의 일환이기도 하다.

 

의료데이터 활용에 정부·의료기관·기업 역할 부각

의료데이터 이용이 점차 활성화되면 정부와 의료기관과 더불어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게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지난 21일 개인주도형 의료데이터 이용 활성화를 위한 기업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간담회는 국민 건강증진 및 의료서비스 혁신을 위한 정부의 의료데이터 이용 활성화 정책방향에 대해 공유하고, 민간 기업들의 의료데이터 이용 경험·건의사항 등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간담회를 주재한 윤건호 디지털헬스케어 특위 위원장은 "의료서비스 패러다임이 환자·예방 중심으로 전환되고, 비대면 개인 건강관리가 확산됨에 따라 개인주도형 의료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면서 "의료데이터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의료기관 외에도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윤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지원단장은 "데이터 경제 시대 의료데이터의 활용은 막대한 파급력을 지닌 핵심 요소"라며 "공공과 민간의 데이터 개방·연결, 안전한 데이터 이용환경 조성 등 사회적·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고, 디지털헬스케어 등 미래 신산업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