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를 측정, 관리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는 사회적경제기업의 경제적·사회적 성과를 측정하는 표준지표인 ‘사회적가치지표(SVI: Social Value Index)’를 내놨고, SK그룹은 사회적 가치 창출을 추구하는 기업들의 사회성과를 화폐단위로 측정한 뒤, 이에 비례해 현금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프로그램인 ‘사회성과인센티브(SPC: Social Progress Credit)를 운영한다.

국제사회도 마찬가지다. 2016년에는 비영리기구 ’IMP(Impact Management Project)‘가 출범해 임팩트에 대한 세계 공통 문법을 구축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지난해 8월에는 화폐화 기반 사회적가치 측정의 표준 개발을 위한 협력을 목표로 국제 기업 연합체 ‘VBA(Value Balancing Alliance)’가 조직됐다.

16일 서울 강남구 더웰스인베스트먼트 세미나실에서 열린 NAB 정기 세미나에서 문철우 한국 NAB 이사장은(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측정된 임팩트의 화폐가치가 재무제표에도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임팩트 측정만으로는 달라질 수 있는 게 없다”며 “기업 경영자를 정말 움직이려면 재무제표로 공시돼 투자자들에게 보이고, 보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NAB(Korea National Advisory Board for Impact Finance)는 GSG의 한국 대표 조직으로, 국내 임팩트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2018년 창립돼 현재 30개 기관이 회원으로 참여 중이다. GSG(Global Steering Group for Impact Investment)는 33개국이 참여하는 임팩트경제 전문가 그룹으로 이뤄진 네트워크다.

지난 16일 열린 NAB 정기세미나 현장. 이날 자리에는 더웰스인베스트먼트,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아산나눔재단,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MYSC 등에서 임팩트경제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사진=NAB
지난 16일 열린 NAB 정기세미나 현장. 이날 자리에는 더웰스인베스트먼트,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아산나눔재단,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MYSC 등에서 임팩트경제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사진=NAB

임팩트가 기업 주가에 영향 준다면

이날 문 교수는 ‘임팩트가중회계(IWA, Impact-Weighted Accounting)’를 소개했다. 임팩트가중회계는 기업의 임팩트를 회계에 반영하려는 노력으로, 문 교수가 학문자문위원으로 있는 ‘IWAI(Impact-Weighted Accounting Initiative)’가 연구 중인 분야다. IWAI는 하버드 경영대학원(HBS)이 연구 주체로, 올해 1월 연구진이 결성돼 시작돼 내년 상반기 주요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조지 세라핌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를 주축으로 HSB 연구팀, 실무자문위원회와 학문자문위원회로 운영되고 있다.

IWAI는 올해 1800개 기업의 환경 영향을 화폐로 환산한 보고서를 냈다. EBITDA 기준으로 IWAI가 분석한 결과, 많은 기업에서 발생하는 환경 비용이 회계상 이익을 초과하고 있다. EBITDA란 이자비용(Interest), 세금(Tax), 감가상각비용(Depreciation&Amortization) 등을 빼기 전 순이익을 가리킨다. 기업의 수익창출 능력을 비교하는 데 활용되는 지표다. IWAI 분석 결과 2018년 기준 이익을 내고 있는 1694개 기업 중 252개 기업은 환경비용에 의해 이익이 남지 않는다. 543개 기업은 EBITDA가 오히려 25% 이상 줄어든다. 문 교수는 “항공, 제지 및 목재, 발전, 건설자재, 용기 및 패키지 등 산업에서는 거의 모든 기업에서 환경비용이 기업이익의 25% 이상을 잠식하는 결과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부정적 효과만 내는 건 아니다. 임팩트가중회계 방식은 환경, 고용, 제품 임팩트 영역 3가지로 나뉘는데, 긍정적 임팩트 효과도 있다. IWAI 분석 결과 2018년 미국 반도체 제조사 인텔의 고용 임팩트는 4조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임금뿐만 아니라, 고실업 지역에서 한 고용창출 등 고용의 ‘질’이 반영된다. 문 교수는 이런 긍정적인 임팩트가 회계장부에 이익으로 반영되지 않는 점을 문제 삼았다. 

문 교수는 세제와 기업의 임팩트 성과를 연결할 필요성도 부각했다. 지금 정부는 세금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긍정적 임팩트를 내는 기업과 부정적 임팩트를 내는 기업이 같은 방식으로 세금을 내는 건 형평에 맞지 않다는 것. 그는 “임팩트 성과를 측정해 세금을 달리 부과해야 하고, 개인에 돌아가는 책임을 어느 정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정부 차원에서는 임팩트가중회계 방식을 일반회계처럼 기업이 준수하도록 제도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문 교수는 투자시장과 기업의 임팩트 성과 연계도 강조했다. 전문자산운용기관을 기준으로 했을 때 ESG 시장과 임팩트 투자 시장에는 이미 3경원 이상의 재원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금융투자 운용자산액 전체의 1/3에 해당한다. “무늬만 임팩트”인 기업을 거르고 부정적 임팩트를 만드는 기업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낮추려면 재무제표상에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문 교수는 IWAI가 제시하는 ‘임팩트 투명성’을 활용해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 시스템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전했다.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 차원에서 실시하는 임팩트 회계 감사(impact auditing) 도입도 필수적이다.

문철우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겸 한국 NAB 이사장. 그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IWAI 학문자문위원으로 있다.
문철우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겸 한국 NAB 이사장. 그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IWAI 학문자문위원으로 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정진호 더웰스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아직 임팩트는 선(善)이고, 돈을 버는 건 악(惡)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임팩트를 창출했을 때 정말로 회사 가치가 높아지는 걸 화폐가치로 증명하는 수준까지 도달해야 한다”고 공감했다. 더웰스인베스트먼트는 작년 '코리아임팩트투자조합'을 결성해 250억원 규모의 임팩트 펀드를 운용했다.

"재무회계 정착에 100년...'임팩트가중회계' 개선 지속해야"

하버드 경영대학원 홈페이지 내 마련돼있는 IWA 페이지. 임팩트 성과 관련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미지=하버드 경영대학원 홈페이지 갈무리.
하버드 경영대학원 홈페이지 내 마련돼있는 IWA 페이지. 임팩트 성과 관련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미지=하버드 경영대학원 홈페이지 갈무리.

문 교수는 이미 56개 기업이 화폐기준으로 임팩트를 반영한 재무 보고를 하고 있다며 프랑스 다국적 식음료 기업 다논(Danone) 그룹을 예로 들었다. 다논은 EPS(주당순이익)에 환경임팩트를 반영한 결과를 보고한다.

임팩트 개념이 점점 주변에서 중심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임팩트가중회계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은 투자·스튜어드십·임팩트 3개 관점을 통합한 투자 의사 결정 체제를 구축하고, 임팩트 관점에서 임팩트가중회계를 적극 도입하기로 검토 중이다.

문 교수는 임팩트가중회계 발전을 위한 투자가 증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재무회계가 지금의 형태로 자리 잡는데 100년 이상의 세월이 걸렸다”며 “임팩트가중회계도 꾸준한 개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존 가치평가 체제와의 협력도 필요하다. 그는 “SASB, GRI, GIIN, BLab 등 기존 임팩트 측정 방식을 수용·보완해 지표를 기반으로 임팩트를 화폐 가치화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