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딜리버리히어로(DH)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기업 결합 조건으로 요기요 매각을 제시하자 국내 스타트업 업계가 우려를 표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한국엔젤투자협회는 18일 성명을 내고 "요기요 매각을 조건부로 하는 배민-DH 기업결합은 불승인에 준하는 이례적인 조치다"라며 "디지털 경제의 역동성을 외면하고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고사시키는 공정위의 판단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위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미래에 돌이킬 수 없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며 판단의 재고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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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앞서 공정위가 최근 DH 측에 배민을 인수합병하기 위해선 DH의 자회사인 요기요를 매각해야 한다는 조건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보낸데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배민과 요기요가 결합할 경우 배달 시장 점유율이 99%에 달해 독점적 사업자가 탄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포럼과 협회는 공정위가 글로벌 음식 배달 시장의 역동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내 스타트업은 글로벌 합종연횡 국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번 공정위 결정은 국가 간,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디지털 경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글로벌 음식 배달 시장은 업체 간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빠르게 개편된다. 아마존은 배달음식 플랫폼 딜리버루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중국 알리바바도 중국의 1위 음식배달 플랫폼인 어러머를 인수했다.

국내 시장도 빠르게 변화한다. 쿠팡이츠 등 강력한 신규 사업자가 등장했고 배달 앱 기업이 아닌 오픈마켓 사업자가 배달앱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배달시장에서 오픈커머스, 인터넷포털, 대형유통업체 등 인접 시장의 진입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포럼과 협회는 또 스타트업에 엑시트가 없다면 생태계 자체가 고사된다는 점을 우려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벤처캐피털이 투자 자금을 회수한 경우 중 M&A 비율은 0.7%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은 엑시트의 97%가 M&A다.

이들은 "스타트업이 국내 시장을 넘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과 전략적 협력이 중요하다"며 "배민과 DH 기업결합 심사가 1년 넘게 지체되면서 이미 글로벌 투자 시장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추가하는 부정적인 신호가 전달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대표 유니콘인 배민과 글로벌 기업 DH의 결합은 국내 최대규모의 M&A를 통한 글로벌 엑시트라는 상징적인 사안이며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다"라며 "유니콘 육성도 중요하지만 스타트업의 종착지는 엑시트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공정위의 판단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고립과 퇴행을 추동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또 법인의 전면 매각이라는 이례적인 판단을 내리면서도 산업계와 사전 소통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포럼과 협회는 "공정위 측에 토론회, 공청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을 요청한다"며 "국내외 시장 상황과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공정위는 최근 DH 측에 배민을 인수합병하기 위해선 DH의 자회사인 요기요를 매각해야 한다는 조건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배민과 요기요가 결합할 경우 배달 시장 점유율이 99%에 달해 독점적 사업자가 탄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