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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한 곳 투자액, 美 154억원 vs. 韓 27억원…“펀드·투자·엑시트 대형화시급”

[제4회 서울경제 인베스트포럼]

VC 투자 40년 선순환 생태계 조성됐다지만

美 10% 규모 펀드 사이즈 유니콘 탄생 어려워

메가펀드 조성하고 해외 자금도 적극 끌어와야

“일자리 창출 등 VC 투자 재벌 대체 신성장동력 가능”

정성인 프리미어파트너스 대표가 1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회 서경인베스트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권욱기자




올해는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을 통해 벤처투자가 시작된 지 40년이 되는 해다. 국내 벤처투자금액은 지난 2015년 2조원을 넘어 매년 30%씩 성장하고 있다. 올해 벤처펀드는 지난해(4조8,000억원) 규모를 넘어서는 약 5조3,000억원이 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출자 비중도 정부가 70% 이상이었던 것에서 2017년에는 민간 비중이 70%에 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스라엘보다 많은 10곳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기업이 국내에서 탄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238곳)의 10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서울경제가 1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스타트업, 이제는 스케일업이다’를 주제로 개최한 제4회 서경인베스트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한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프리미어파트너스 대표)은 “벤처투자촉진법이 8월부터 시행되고 나름 성숙한 투자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지만 아직 펀드 규모나 투자자가 제한적”이라며 “투자금 자체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유니콘이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VC펀드의 평균 결성금액은 242억원이다. 100억원 이상의 투자를 하려면 여러 곳이 공동투자(클럽딜)로 진행해야 한다. 반면 미국의 지난해 신규 펀드 평균 결성액은 2,200억원이었다. 6,000억원 이상 메가펀드 비중이 50%를 넘는다. 지난해 미국 기업당 평균 벤처 투자금은 154억원으로 국내(27억원)보다 일곱 배 많았다.

막연히 투자액만 늘려서도 안 된다. 정 회장은 “투자금액이 늘기 위해서는 수익실현(엑시트) 시장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VC의 40%는 기업상장(IPO) 외에 마땅한 엑시트 방안이 없다. 정 회장은 “VC 투자사들이 상장하는 코스닥 시장은 코스피 시장의 2부 성격이 짙다”며 “미국 나스닥처럼 성장기업을 위한 분리된 성장 시장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스닥 시장이 개인투자자 위주로 구성된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VC가 투자한 기업이 상장한 뒤 엑시트하면 주가가 하락하고 개인투자자에게 투자 실패를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코스닥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성인 프리미어파트너스 대표가 발표를 하고 있다./권욱기자


제약·바이오 위주의 기술특례제도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내 정보기술(IT) 관련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를 갖춘 뒤에 이익이 난다. 정 회장은 “카카오나 네이버·씨젠처럼 시총 상위 기업에 벤처기업이 이름을 올리지만 페이스북이나 애플과 같은 선도 IT 기업이 나오기 쉽지 않은 것도 이런 배경”이라고 말했다.

민간 기업에 대한 조세감면 같은 혜택이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 현재 연기금이나 기관투자가, 벤처캐피털은 초기 기업 투자시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법인세 면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 기업은 이런 혜택이 없다. 민간 기업의 부동산·채권·주식 투자금을 비상장 벤처기업에 투자할 유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종윤 야놀자 대표가 발표를 하고 있다./권욱기자


유니콘기업인 야놀자의 김종윤 대표는 스케일업을 위해서는 한국 기업이 강점을 가진 데이터를 활용한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아마존 직원들은 분명히 이 시장에서 이긴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강점을 가진 데이터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다면 어떤 시장에서도 이길 수 있고 세계 시장에서 사업을 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벤처투자의 질적 성과는 고용 창출 등 사회적 순기능으로 이어지고 있다. VC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3,339개사)은 약 4만8,025명을 신규 고용했다. 기아자동차(3만5,381명) 직원 수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다 보니 세계 스타트업의 성지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인재에 대한 구애는 계속되고 있다. 조성문 차트메트릭 대표는 “국내 대학을 나와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거친 우수한 엔지니어들은 아마존 등 유력 기업에서 2억원 이상의 연봉과 같은 금액의 스톡옵션을 주고 모셔간다”며 “디자이너 역시 인기”라고 전했다. 정 회장은 “벤처에 대한 과감한 지원은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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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 유니콘 비결? “데이터가 곧 돈, 해답은 그곳에 있었다”

■김종윤 야놀자 온라인&오프라인 사업부문 대표

야놀자의 호텔 운영 솔루션…160여개국서 사용

“산업 밸류체인 통합하는 디지털 전환서 가치 창출해야”



“스타트업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생존할 수 있는 해법은 글로벌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뿐입니다.”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회 서경인베스트포럼’에서 김종윤 야놀자 온라인&오프라인 사업부문 대표는 “야놀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 세계 호텔산업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아우르는 글로벌 데이터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라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으로 밸류체인을 통합해 기존 산업이 극복하지 못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야놀자는 이수진 총괄대표가 지난 2005년 모텔의 가격과 약도 등 관련 정보를 넣은 ‘모티즈’라는 모텔 미니홈피에서 출발한 스타트업이다. 창업 초기 모델이었던 숙박 예약 사업뿐만 아니라 ‘종합 숙박 예약 플랫폼’이라는 목표로 사업을 확장했다. 국내 주요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F)의 투자를 받아 이제는 2조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한국의 대표 유니콘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다.

서울 신라호텔에서 18일 열린 제4회 서경인베스트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이호재기자


성장의 비결은 결국 데이터의 활용이었다. 디지털 전환을 토대로 한 야놀자는 이제는 데이터 플랫폼 업체다. 야놀자는 기존 숙박 예약 서비스와 호텔 프랜차이즈업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해 통합 운영 솔루션을 연구 개발했다. 직접 개발한 운영 솔루션 ‘와이플럭스(Y-FLUX)’는 객실 관리를 자동화하고 앱으로 셀프체크인을 하는 등 숙박업 운영에 필요한 밸류체인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행산업이 위축된 가운데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한 ‘호텔 언택트’ 서비스로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호텔·여행 업계가 엄청난 타격을 입는 와중에서도 야놀자는 성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와이플럭스를 포함해 야놀자가 제공하는 숙박업 솔루션은 현재 160개국, 2만개 호텔이 사용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아프리카 지역 내 5,000개 호텔과 계약했고 한 달에 400건 이상의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정도”라고 말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직접 관리해 예약 플랫폼을 비롯한 여행산업 데이터를 연결하는 것이 야놀자의 궁극적인 목표다. 김 대표는 “국내 숙박 시장은 30조원이지만 글로벌 시장 규모는 5,000조원에 달한다”면서 “글로벌 산업을 연결해 데이터를 흐르게 해야 파편화된 산업의 가치사슬을 통합할 수 있고 기존에는 만들어내지 못했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가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가속화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이 스케일업을 달성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라면서 “산업 전반에서 저비용·비대면의 언택트 솔루션의 필요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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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없는 실리콘밸리가 ‘K-유니콘’ 키웠다

■조성문 차트메트릭 대표

무궁무진한 인재풀·자유로운 투자환경 기폭제

차트매트릭, 230만 가수 데이터 무기로 매년 급성장

센드버드·눔(Noom) 등 실리콘밸리 K-유니콘 탄생

스윗테크놀로지·퀵소·에누마·모로코도 쑥쑥 성장



실시간 안면 모션 캡처 솔루션 회사인 하이퍼센스는 지난 17일 글로벌 게임개발사 에픽게임즈에 인수됐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채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센드버드는 지난해 1,000억원의 투자 자금을 확보해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모바일 헬스케어 스타트업 눔(Noom)도 창업 이후 1억달러가 넘는 투자를 유치,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모두 5~10년 전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한국계 기업(K스타트업)이다.

조성문 차트메트릭 대표가 발표를 하고 있다./권욱기자


18일 서울경제가 개최한 제4회 서경인베스트포럼의 강연자로 나선 조성문 차트메트릭 대표는 실리콘밸리의 성공 요인으로 무궁무진한 인재풀과 정부의 규제가 없는 자유로운 투자 환경을 꼽았다.

조 대표는 창업 초기를 회상하면서 “UC버클리대 학부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석사를 마친 인재가 월급 5,000달러(약 550만원)를 받고 일하겠다며 찾아왔었다”며 “실리콘밸리는 이처럼 초기 스타트업들도 우수한 인재들을 고용할 수 있을 만큼 인력풀이 넓은 곳”이라고 말했다. 원거리인 텍사스나 뉴욕·시애틀 지역의 인재들도 실리콘밸리에서의 근무를 희망한다. 특히 인도나 중국·유럽계 사람들이 많다.

차트메트릭을 포함한 K스타트업의 활약도 이런 환경 덕에 가능했다. 차트메트릭은 음원 순위와 판매량,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토대로 전 세계 230만명 가수들의 빅데이터를 수집·가공해 제공하고 있다. 소니뮤직·애플뮤직을 비롯한 대형 음반사들은 물론이고 페이스북 같은 SNS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도 주요 고객사다. 조 대표는 “매년 100% 이상의 성장을 하고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올해의 성장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정부 개입이 없는 투자환경도 성장의 기폭제다. 조 대표는 “한국은 기본적으로 정부 주도의 모태펀드 규모가 크다 보니 제약이 많다”며 “실리콘밸리는 될성부른 회사라는 평가를 받으면 모든 투자가 제한 없이 이뤄진다”고 전했다.

그렇다 보니 K스타트업의 활약도 눈부시다. 201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한 스윗테크놀로지는 고객사들의 입맛에 맞게 사내 소통 및 업무를 지원하는 맞춤형 채팅 툴을 제공한다. 이들이 만든 메신저 기반 업무 플랫폼은 현재 구글·애플·트위터·위워크 등 약 6만여개의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스타트업 행사 중 하나인 ‘스타트업 그라인드 글로벌 콘퍼런스 2020’에서 최고상인 ‘올해의 스타트업’에 꼽히기도 했다. 삼성전자 출신인 이상원 대표가 이끄는 퀵소(Qeexo)는 터치센서 기반의 머신러닝 솔루션 업체로 중국 알리바바와 화웨이 등 글로벌 대기업들에 터치스크린 기술을 제공한다. 이밖에 아이들의 수학공부를 도와주는 에누마(Enuma), 자동 광고집행 플랫폼과 애드클라우드(Ad Cloud)를 운영하는 광고 스타트업 모로코 등도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뜨거운’ 곳이다./강도원·김기정·조윤희·김민경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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