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0년 컨설팅 경험, KAIST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
1999년 창업컨설팅 '이커뮤니티' 설립, 국내 창업 생태계 조성
실리콘밸리 간판 VC '드레이퍼 아테나' 한국 총괄로 활약하기도

정회훈 KAIST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가 지난 6월 취임했다. 업계에선 국내외 현장에서 오랜 경력을 지닌 정 대표가 취임하자 차별성 있는 투자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정회훈 KAIST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가 지난 6월 취임했다. 업계에선 국내외 현장에서 오랜 경력을 지닌 정 대표가 취임하자 차별성 있는 투자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사진=김인한 기자>

 

서울 올림픽이 한창이던 1988년 20대 청년은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서울대 영어영문학 학사, 경영학 석사를 취득하고 군 복무를 마친 직후였다. 청년이 향한 곳은 '경영전략의 대가'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설립한 '모니터 컴퍼니'. 글로벌 경영전략 컨설팅 회사다. 대학원 시절 포터 교수와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한 지도교수 추천으로 경영컨설턴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3년을 지낸 청년은 국내 대기업과 국제 경영컨설팅 회사 ADL(Arthur D. Little)을 거쳐 창업 불모지였던 1999년 한국에서 '이커뮤니티'를 설립했다. 당시 분야 조차 생소했던 창업 컨설팅 회사를 설립해 지금의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맡았다. 2008년부터 미국 실리콘밸리 간판 벤처캐피털인 '드레이퍼 아테나' 한국 펀드인 '드레이퍼 아테나펀드'의 공동대표를 맡으며 국내 벤처 성장을 돕고 창업 생태계 조성에 일조하기도 했다. 

지난 6월 KAIST청년창업투자지주 수장을 맡은 정회훈 대표 얘기다. 정 대표 임기는 3년(20.06~23.06)이다. 그는 임기 동안 기술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임팩트 투자'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간 투자, 육성 경험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투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술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업계에선 국내외 현장에서 오랜 경력을 지닌 정 대표가 취임하자 차별성 있는 투자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정 대표는 "미국에선 벤처캐피털이 투자를 해야 비로소 일이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면서 "앞으로 투자는 물론이고 기업이 빌드업하고 성장하는 과정, 후속투자, M&A 등 일련의 과정을 돕겠다"고 했다. 정 대표가 취임한 KAIST청년창업투자지주는 앞으로 투자 만큼이나 투자 이후 스타트업 육성 지원에 공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KAIST청년창업투자지주는 기술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만들어가는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는 임팩트투자에 집중해왔다. 정 대표는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 가장 중요한 축 중 하나가 바로 기술"이라면서 "기술을 사회와 연결하는 쪽에 지속적인 투자를 할 것"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KAIST 투자회사라는 브랜드와 그간 쌓아온 투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겠다는 계획도 언급했다. 그는 "국내 스타트업에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해외 시장 진출"이라며 "국내 시장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기술 기업은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로 나가기 위해 중요한 것들이 바로 투자자 네트워크"라면서 "KAIST 투자사라는 브랜드와 기존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업계에선 앞으로 KAIST청년창업투자지주가 차별성 있는 투자를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취임 소감을 말씀해주신다면. 

업계에서 그런 기대감을 가져주신다니 감사하다. KAIST청년창업투자지주는 기본적으로 투자 회사이다. 특히 임팩트 투자를 지향하는 회사다. 임팩트 투자라고 하면, 여러가지 의미로 쓰지만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투자를 만들어내는 투자를 말한다. 저희는 초기 단계에 있는 기업이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미국에선 보통 벤처캐피털이 투자를 하면 비로소 일이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한국에선 투자 심사하는 일이 80%이고, 투자하고 난 다음에는 관리하는 정도로 일이 진행된다. 투자를 해야 일이 시작된다는 의미는 투자 이후에 기업을 함께 빌드업하고 성장시키고 투자 회수하는 단계까지 긴밀하게 지원하는 일이다.

또 한 가지는 제가 그동안 글로벌 펀드 분야에서 15년 이상 일을 했으니깐 글로벌한 네트워크가 갖춰져 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과제 중 하나가 해외 시장 진출이다. 국내 시장에 한정되어 있지 않나. 기술 기업은 해외로 많이 나가야 한다. 해외로 나가려면 투자자들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저희는 스타트업과 사업개발(Business Development)부터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파트너사 고객사 등에 연결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Q. 지역과의 접점은 무엇인가.

실리콘밸리만 하더라도 스탠퍼드대가 큰 역할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뤄가고 있다. 스탠퍼드 관련 투자사들이 스탠퍼드대와 연계하고 있다. 스탠퍼드에서 나온 기술사업이라든지 창업자와 연계해서 큰 기업을 만든다. 

실리콘밸리는 세상이 가고 있는 방향을 끌어가고 있는 중요한 축이라고 생각한다. 비단 실리콘밸리에서만 이뤄지는 건 아니고,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 중요한 축이 몇 가지 있다. 그 중에 제일 중요한 축 중에 하나가 기술이다. 

기술. 최근 20년 기술 변화 발전이 과거 100년을 능가하고 있다. 1990년대 인터넷을 접하고 IT 기기들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스마트폰이 나왔고, 그때부터 사람들이 컴퓨팅 파워를 손에 쥐고 다닌다는 의미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사회가 바뀐 것이다. 

KAIST는 우리 사회를 바꾸는 기술적인 축이 있는 곳이다. 그런 기술적인 자원과 역량을 가장 많이 가진 곳 중 하나다. 실리콘밸리에선 스탠포드가 그런 자원과 역량을 많이 지니고 있다. 연구와 교육이 중요하지만 창업과 기술사업화도 중요하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하는데 중요한 건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기술을 지역과 사회와 연결하는 쪽에서 의미 있는 투자를 하려고 한다. 

Q. '창업자, 투자 받으려면 이렇게 하라' 조언한다면. 

초기 창업을 할 때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첫 번째로 에너지와 열정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로 전문성이 있어야 하고, 세 번째로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조직이 커나가다보면 사람을 끌고 가는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비전 제시, 인사 관리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식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조직이 커진다고 해서 대표가 전문적인 부분에 손을 떼면 안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있는데 솔직함, 정직함이다. 예를 들면 창업자들은 아무래도 자기가 잘 하는 것들을 위주로 말을 한다. 그런데 사업 초기에는 완벽할 수가 없다. 당연히 약점이 있다. 채워넣어야 하는 것이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그걸 가리고 얘기를 안 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능력 있는 대표들은 '우리가 부족한 부분은 이것이고,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이런 식으로 문제를 풀어보려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다. 정직, 솔직함이란 건 자신감이 있어야 나오는 것이다. 자신이 없으면 얼버무린다. 초기 벤처기업이 완벽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부족함을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별 것 아닌 요소 같지만 중요한 요소다.  

팀 역량도 중요하다. 초기 기업은 완벽한 사업을 기획하더라도 외부와 내부 사정이 바뀌어서 계획을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 사업을 바꾸고 계획하고 끌고 가야하는 사람이 창업자와 창업팀이다. 

Q. 창업자에게 버티는 역량이 중요해보이는데.

투자자가 창업자와 만났을 때 확인하는 부분 중에 하나가 있다. 왜 이 사업을 하는지, 이 물음에 대한 답이 명확하지 않으면 못 나아간다. 사업해서 돈을 벌겠다는 목표로는 어느 정도 돈을 벌수는 있지만 큰 사업은 못 한다. 정말 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목표와 목적이 분명하다. 돈 버는 것 이상의 큰 목표가 뒤에 있다. 그건 각자의 그림이다. 

중간에 어려움을 만나지 않으면 독해지지 않는다. 창업자는 독한 측면이 있어야 한다. 이 분야에선 나이스한 사람이 좋은 사람은 아니다. 창업자가 에너지와 열정을 가지고 '왜 이 사업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하다보면 어떤 어려움을 만나고, 정말 난감한 때를 만나기도 한다. 지원도 부족할 때가 많다. 지치기도 한다. 그럼에도 창업자가 스스로 생각하고 그림을 그려나갈 필요가 있다. 남이 그려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Q. 버티기가 능사가 아닐 수도 있을텐데 피봇(Pivot·비즈니스모델 전환)할 시기는 언제로 판단해야 하나.

비즈니스 모델 전환이란 건 어려웠을 때 하는게 아니다. 시장을 봐야 한다. 중요한 건 내가 할 만큼 했으니깐 피봇한다는 판단보다는 시장에서의 여러가지 시그널이라든지 주변 고객 반응에서 흐름을 포착해야 한다. 피봇 중요하지만 시장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거기에는 결과적으로 운장(運將)이 최고다. 운은 점보고 운세 좋은 사람이 아니라 준비된 사람한테 운이 온다. 그리고 그런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게 운이다.

특히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시장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필요로 하는 건 기술이 아니다. 예컨대 전동 드릴, 공구 기능이 우수하고 디자인과 품질 모두 좋지만 제품이 안 팔린다. 문제는 무엇일까. 고객이 원하는 건 3cm 구멍을 뚫는 것이다. 구멍을 뚫는 공구를 원하는 게 아니다. 공구는 툴에 지나지 않는다. 고객들에게 전동 드릴을 파는게 아니라 서비스를 하면 된다. 그런데 훌륭한 기술을 가졌을 수록 전동 드릴을 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파괴적인 기술 혁신을 하는 기업은 시장에 필요한 제품이 아니라 시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든다. 기술 중심으로 사업을 하면 고객들이 냉담할 수밖에 없다.   

Q. KAIST청년창업투자지주 어떤 차별점으로 투자할 계획인가. 

저희 투자 미션은 기술 기반 스타트업으로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게 차별점이고 투자 방향. KAIST 투자사로서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고 지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TIPS(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운영사로서는 초기 제품, 서비스 등 사업화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Q. 앞으로 목표와 계획은.

KAIST청년창업투자지주는 초기에 씨를 뿌리는 일을 해왔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으로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회사에 투자하고 성장을 지원하겠다. 우리 사회에 사회적 가치가 창출되고 사회 구성원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기여를 하고자 한다. 저도 계속해서 씨를 뿌리겠지만, 올해 신규 펀드를 조성했고 계속해서 의미 있는 기업에 투자해 성장을 지원할 것이다. 내년과 내후년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펀드를 조성하며 투자 지원할 기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