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fn스트리트

[fn스트리트] 기업형 벤처캐피털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02 17:21

수정 2020.08.02 17:21

구글의 기업형벤처캐피털(CVC) 구글벤처스가 2009년 설립부터 현재까지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에 투자한 돈은 총 45억달러(약 5조4000억원)다. 차량공유 서비스를 선도한 우버와 커피업계의 애플 블루보틀, 숙박공유업체인 에어비앤비 모두 구글벤처스 투자사다. 인텔캐피털은 1500개 벤처기업에 125억달러(약 14조9000억원)를 투자했다.

소프트뱅크비전펀드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2017년 조성한 세계 최대 기술펀드다. 주로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유망한 벤처기업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스타트업계 큰손이다. 올 6월에는 자율주행택시를 개발 중인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에 5억달러(약 6000억원)를 투자했다.
비전펀드는 이미 디디추싱에 120억달러(약 14조3000억원)를 투자해 지분 20%를 인수했다. 중국 바이두벤처스는 글로벌 CVC 투자 4위다. 텐센트, 알리바바도 앞다퉈 기업벤처투자에 나서고 있다.

CVC는 대기업의 풍부한 자금이 벤처시장으로 흐를 수 있게 하는 통로다. 안정적 자본이 필요한 벤처·스타트업은 대기업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으니 맘놓고 기술개발에 나서며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 대기업은 벤처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신사업 확장이 가능하니 그야말로 윈윈이다. 반면 한국에선 대기업 일반 지주사가 CVC를 보유할 수 없다. CVC가 금융업으로 분류돼 엄격한 금산분리(금융·산업 분리) 원칙을 적용받아서다. 금산분리는 대기업의 막대한 자금이 벤처나 스타트업으로 가는 길목을 막는다.

최근 정부가 대기업의 CVC 보유를 제한적으로 허용키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주요 선진국들이 구글을 포함해 대기업의 CVC 소유를 허용하는 게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밝혔다.
늦었지만 정부·여당이 금과옥조로 여겨온 금산분리의 벽을 일부 허물키로 한 것은 다행이다. 이로써 대기업 사내유보금이 벤처시장에 투자될 수 있는 물꼬가 마련됐다.
벌써 일부 대기업이 CVC 설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논설위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