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아까운데'…타다 관심 갖는 쏘카 주주들, SK그룹도 인수 검토
입력 2020.07.10 07:00|수정 2020.07.13 09:43
    베이직 서비스 종료 3개월
    “타다 이름 값 아까워”…프리미엄 서비스 활용 전략 고심
    SK 수펙스, IMM 등 쏘카 투자자 다수 관심
    ‘T맵 기반 확장성 높아’ 평가도
    택시업계 반발, 밸류에이션 등 넘어야할 산 수두룩
    • 승차 공유 플랫폼 ‘타다’의 베이직 서비스가 중단된지 3달 여가 지났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정부의 규제에 사업이 막혀버린 타다는 투자자들에겐 아픈 손가락이다.

      일단 타다의 브랜드 가치는 소비자들에게 인정 받았고, 프리미엄 서비스 사업(타다 프리미엄)은 여전히 진행중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방안에 모회사인 쏘카의 주주들은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재무적 투자자(FI)는 물론, SK그룹 또한 타다를 인수해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각 SK㈜·SK텔레콤 등 각 계열사의 모빌리티 사업의 '구심점'을 물색해온 그룹 입장에선, 타다의 대중적 인지도를 활용해 신규 사업을 꾸리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그룹 의사결정을 총괄하는 수펙스추진위원회(SUPEX) 차원에서 밑그림을 그리는 배경으로도 거론된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타다 인수를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주체가 돼 검토에 나섰고, 실무 작업은 모빌리티 사업 투자를 총괄하는 ㈜SK 산하 아이큐브(I-CUBE)센터에서 일부 돕는다. SK그룹 외에도 쏘카에 전환우선주나 상환우선주 형태로 투자한 IMM PE 등의 FI들도 투자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을 포함한 원매자들의 검토 대상은 쏘카 전체가 아닌 타다의 운영사인 VCNC로 한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 SK그룹은 지난 2015년 타다(운영사 VCNC)의 모회사 쏘카 유상증자에 590억원을 투입해 보통주 기준으로 지분 20%를 확보했다. 이후 추가 투자를 단행했고 지난 5월 보유한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현재 25%내외의 지분을 확보했다. SK그룹은 초기 지분을 투자하면서 회사의 성장성을 지켜본 후 지분 확대 또는 사업 인수를 고려하는 전략을 세웠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차세대 모빌리티 사업과 관련해 SK가 주도적으로 사업을 이끌고 있진 않지만 관련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고 성장성을 평가해 추가 투자 또는 인수를 진행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타다 인수 검토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그룹의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관심은 상당하다. 이미 쏘카 말레이시아 법인은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동남아 1위 카셰어링 업체 그랩(Grab)과는 조인트벤처(JV)를 설립했다. 미국 1위 카셰어링 업체 투로(Turo), 이스라엘 자동차 빅데이터 업체인 오토노모(Otonomo)의 지분을 사들이기도 했다.

      SK그룹의 국내 모빌리티 관련 사업 현황을 살펴보면 타다와의 연계점을 찾아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텔레콤은 국내 최대 네비게이션 서비스인 티맵(T map)을 중심으로 모빌리티 관련 서비를 확장해 나가는 추세다.

      택시 호출 서비스인 티맵 택시를 비롯해 티맵 주차, T맵 대중교통 등의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그룹 차원에선 SK렌터카, 그리고 지분을 투자한 쏘카 등과의 사업 시너지를 고려할 수도 있다.

      계열사 별로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투자를 집행하고 있지만, 뚜렷한 구심점이 없는 점은 고민이다. 특히 카카오가 규제당국의 방침에 맞춰 카카오모빌리티를 통해 사실상 업계를 독주하고 있지만, SK그룹 입장에선 신산업 진출과 규제 사이에서 명확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중적 인지도를 보유한 타다를 인수한 후 신규 자본을 투입후 택시 면허를 사들여 법 테두리 내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맵을 활용한 카카오모빌리티의 확장성을 보면 T맵을 활용한 SK그룹의 모빌리티 사업 확장도 충분히 그려 볼 만한 사업 전략”이라며 “일단 자본력이 필요한 사업이기 떄문에 대기업 외 진출할 수 있는 업체들이 많지 않다는 점, 타다의 브랜드 가치를 활용한다면 빠른 시장 진입도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기존 창업자인 이재웅 대표의 매각 의사다. 업계에선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타다 금지법) 통과로 사업이 중단되기 이전에도 SK 측에서 신규 자금 투입을 전제로 택시 법인 및 면허 확보 등을 통한 사업 확장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당시에도 독자 사업모델을 고수했던 이 대표 측이 이번에 매각 의사를 받는다고 해서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는 연 초 대표이사 등 공식직책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개인 투자회사 등을 통해 지주격 회사 쏘카를 지배하는 최대주주다.

      매각이 진전을 보일 경우, 연초 중단된 지배구조개편이 재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쏘카는 지난 3월 인적분할을 통해 쏘카(차량공유)와 타다(승차공유)를 분리해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다만 분할 시기 타다 금지법 통과로 투자유치가 불가능해지며 분할 계획을 철회했다. 신규 원매자를 확보할 경우 인적분할 작업이 수월해질 수 있지만, 기존 쏘카 주주들과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협의도 필요하다. 타다의 브랜드 및 사업 가치를 어떻게 평가 할 것인가에 대한 이견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무엇보다 대기업의 택시 사업 진출에 대한 택시업계의 반발도 가볍게 여기긴 어렵다. 그룹 전체의 평판으로 번질 수 있는 사안이기 떄문이 수펙스의 의사와 다른 계열사와의 조율도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