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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 투자해 수익 캐낸다… 나는 '도시광부' [김정호 오퍼스PE 대표]

강구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20 17:18

수정 2020.02.20 17:18

440억원에 매입한 부실채권
2000억원으로 가치 뛰기도
구조조정기업에 올 1000억 투자
컨설팅도 함께 진행할 예정
부실기업 투자해 수익 캐낸다… 나는 '도시광부' [김정호 오퍼스PE 대표]
김정호 오퍼스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사진)는 스스로를 '도시광부'라 부른다. 다른 사람들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부실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내기 때문이다. 부실기업은 사모펀드(PEF)가 중요하게 여기는 캐시플로우(현금흐름), 생산능력 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즉시 돈이 되는 투자'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 등 성장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좋지만 언더밸류(낮게 가치평가된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구조조정의 산증인으로 꼽히는 그의 이력과도 맞닿아 있다. 경험을 통해 구조조정 투자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친 것이다.
김 대표가 2001~2005년 몸담았던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 밸류미트인베스트먼트는 조흥은행과 조인트벤처(JV)를 만들어 부실채권(NPL) 매입 및 자산유동화를 진행했다. 이후 경기가 나아지면서 440억원에 산 채권이 2000억원으로 가치가 '껑충' 뛰기도 했다.

구조조정 경험도 그에게 자양분이 됐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삼일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로 일하던 그는 쌍용그룹의 인천종금, 거평그룹의 태평양패션 인수자문을 마무리하고,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심사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고합그룹을 맡으면서 채권단의 상환계획을 늦추고, 채무재조정 계획을 만들어 자산매각 및 합병을 이끌어냈다.

2000년 1월에는 ㈜대우와 대우전자를 만났다. 그해 제헌절 하루를 제외하고 364일을 모두 출근했을 만큼 정성을 쏟아부었다. 수차례의 시뮬레이션 끝에 ㈜대우에서 대우건설, 대우인터내셔널 등 살릴 수 있는 기업들을 떼어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시장에 NPL이 넘치고 있다"는 판단이 김 대표를 창업의 길로 이끌었다. 2011년 오퍼스PE의 전신인 오퍼스투자자문을 만들고, 2012년 유암코와 함께 580억원 규모의 '유나이티드 턴어라운드 제2차 기업재무안정 PEF'를 설립했다. 유암코가 기업은행으로부터 인수한 12개 회생기업의 스페셜 NPL이 투자대상이었다. 2016년 12월 청산한 결과 투자수익률은 10%였다. 그의 판단이 적중한 셈이다.

오퍼스PE는 현재 NH투자증권과 함께 'NH-오퍼스 기업재무안정 PEF'(2040억원), 'NH-오퍼스 제2호 기업재무안정 PEF'(1021억원) 등 3061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기업재무안정 블라인드 펀드다. 모베이스전자 전환사채(CB) 200억원, 홍인화학 보통주 및 회사채 175억원, 창의와탐구 보통주 120억원을 투자했다. 박문각엔 CB 150억원을 투자해 반 년 만에 회수했다.

2015년 8월 유암코와 공동으로 설립한 1410억원 규모의 '유암코-오퍼스 기업재무안정 PEF'는 투자소진율이 93%에 달한다.
15개 회생기업, 워크아웃 기업에 투자했다. 김 대표는 "올해 1000억원가량을 구조조정 기업에 투자하려 한다.
기업 상태에 따라 컨설팅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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