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벤처투자 실리콘밸리처럼...벤처 경제 혁신 원년 되다"

“한국도 이제야 세콰이어캐피털, IDG벤처스와 같은 실리콘밸리 유력 벤처캐피털(VC)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습니다. 벤처투자촉진법 제정을 계기로 올해가 벤처업계가 주도하는 경제혁신 원년이 될 것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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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14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 모인 벤처인들은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벤처기업협회, 한국여성벤처협회, 한국경영중소기업협회(메인비즈협회), 코스닥협회 등 5개 단체, 200여명의 벤처 생태계 참여자가 이날 신년인사회를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특히 이날 행사는 지난 9일 벤처업계 숙원이던 벤처투자촉진법(이하 벤촉법)과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벤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열린 만큼 기대감이 높았다. 벤촉법은 소상공인기본법과 함께 중소벤처기업부 1호 제정법이다. 법안 공포와 시행령 등 하위 법령 제정 등을 거쳐 이르면 오는 7월 시행된다.

법 시행에 따라 한국에서도 실리콘밸리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조건부투자인수계약(SAFE)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각 벤처펀드마다 창업기업에 40% 이상을 투자하도록 규정한 의무투자비율에도 자율성이 확보된다. 해외투자 규제 역시 문턱이 낮아진다.

벤처투자업계는 벤촉법 시행으로 벤처투자 시장에 대규모 모험자본이 흘러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의무투자비율 산정 방식이 개별 펀드가 아닌 보유 펀드 전체 합산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그간 개별 벤처펀드마다 의무투자 비율이 정해져 있어 유망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는 VC가 보유한 여러 펀드에서 집중적으로 자금을 투자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중기부는 추후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의무투자비율을 총 자산 규모별로 차등화해 결정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인 벤처캐피탈협회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벤촉법이 시행되는 만큼 중기부와 지난해부터 제도 시행을 위한 시행령에 반영될 의견을 업계로부터 수렴하고 있다”면서 “법 제정으로 벤처투자가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게 된 만큼, 올해에는 보다 시장친화적인 벤처투자 환경에서 스타트업 및 혁신기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캐피탈협회는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업계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이달 중으로 기획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업계 주요 참여자들로부터 벤처투자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현장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정부도 적극적이다. 중기부 출범 직후부터 업계와 법 제정과 관련한 의견 수렴을 지속해 온 만큼 다른 어느 때보다도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는 분위기다.

이 밖에 창업투자회사도 펀드오브펀드(재간접펀드)를 설립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창투사 자금 차입 비중에 대한 규정도 없어지는 등 각종 선진 금융기법을 활용한 벤처투자 역시 가능해질 전망이다.

민간 중심으로 바뀌는 벤처기업 인증제도도 벤처인이 기대하는 법안 가운데 하나다. 벤처법 개정안 역시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기존 벤처기업 확인유형의 80% 이상을 차지하던 보증·대출유형이 폐지된다. 대신 민간에서 기업 혁신성과 성장성이 우수하다고 평가하면 벤처기업으로 확인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벤처투자업계의 벤처기업 발굴 역시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벤처업계가 더욱 앞장서 주기 바란다”면서 “시행령 등 후속법령을 마련해 보다 자유롭고 시장친화적 벤처투자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더욱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