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 업계가 연초부터 유니콘 기업과 차기 유니콘 기업 IPO에 주목한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매각됐다는 소식에 올해 국내 스타트업 몸값도 높아졌다는 기대감이 고조되면서다. 하지만 국내 스타트업 IPO는 사실 녹록치 않다. 국내 주식 시장이 여전히 스타트업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잡는데다 성장 가능성보다 사업실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유니콘 숫자에 집착할 게 아니라 유니콘을 받아줄 건전한 유통시장 만들기에 신경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다.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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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전망에 "정해진 것 없다"

14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유니콘 기업인 쿠팡이 2021년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적절한 시기가 되면 IPO를 추진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정해진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쿠팡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2021년 IPO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상장에 대비하기 위해 세금구조 개편작업에도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IPO란 외부 투자자가 공개적으로 주식을 살 수 있도록 기업이 자사 주식과 경영 내역을 시장에 공개하는 것이다. 어떤 기업 주식을 증권 시장에서 공식적으로 거래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장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IPO를 가장 선호한다.

또 다른 유니콘인 야놀자 역시 IPO 전망이 나온다. 야놀자는 2017년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끄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로부터 600억원을 투자받았다. 스카이레이크는 투자 당시 특별한 조항 없이 5년 내 IPO를 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투자유치 5년이 되는 해는 2022년이다.

야놀자 관계자는 "2022년쯤 IPO를 할 수도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건 정해진게 없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공유오피스 기업 패스트파이브 ▲미디어커머스 블랭크코퍼레이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 ▲P2P(개인간 거래)금융 플랫폼 8퍼센트 등이 IPO를 준비하는 걸로 알려졌다. 하지만 와디즈(올해 하반기 목표)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은 확정된 것이 없다며 부정한다.

우호적 요건에도 ‘외면’…"이익 먼저 내자"

당초 국내 유니콘 기업과 준대형급 스타트업이 IPO에 관심을 쏟는데는 상장을 위한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2017년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 같은 우량기업을 발굴하겠다며 '테슬라 요건 상장' 제도를 만들었다. 성장성만 있으면 상장할 수 있다. 중소기업만 신청 가능했던 기술특례 상장 대상을 유니콘 기업도 가능하도록 넓혔다.

하지만 국내 대표 유니콘 기업과 중대형급 스타트업들은 IPO에 민감해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제값을 받기 어려운 구조가 이유로 꼽힌다. IPO를 할 경우 기업가치가 이전보다 낮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아무도 그 회사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산정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유니콘은 매출이 1조원이 넘는 회사가 아니다. 매출이 없더라도 투자자가 1조원 가치를 인정해서 1000억원을 투자한 뒤 10% 지분을 가져가면 유니콘으로 인정된다. 아무리 매출과 이익이 많이 나오고 급성장하더라도 외부 벤처 투자를 받지 않으면 유니콘 리스트에 오를 수 없다. 또 대기업에 인수되거나 주식 시장에 상장하면 더 이상 유니콘이 아니다.

위워크·우버 등 예비 유니콘 스타트업이 상장에 실패하거나 상장 후 오히려 기업가치가 급감하는 사태가 잇따른 이유다. 매년 조 단위 적자가 나는 회사의 거품 낀 기업 가치를 일반 투자자는 전혀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국내 투자업계도 스타트업 평가 조건으로 성장성보다 사업 수익성을 강조하는 보수적인 기류가 강해졌다.

국내 유니콘 기업 10곳 중 5곳은 적자 상태다. 공격적인 투자와 확장에 나섰던 쿠팡은 2018년 말 기준 누적 적자가 3조원에 육박한다. 지난해에도 1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 연합 옐로모바일은 설립 2년 만인 2014년 쿠팡에 이어 유니콘 2호로 기록됐지만 2년 연속 외부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2018년 순손실 1180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대표 핀테크 유니콘인 비바리퍼블리카 역시 2018년 매출액 548억원을 기록해 전년(206억원) 대비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지만, 순손실 역시 391억원에서 445억원으로 늘었다.

여기에 국내 1위 음식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경쟁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에 매각되자 IPO보다는 기업 가치를 더 잘 인정하는 곳에 매각하는 게 더 낫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

이 외에도 국내 증시시장이 외부 변수에 취약한데다, 현재 중동리스크와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대외 리스크도 작용한다. 그러다보니 업계도 IPO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IPO를 최대한 미루는 회사가 적지 않은 이유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국내 시장에 불확실성이 워낙 많아 사업 다각화에 집중하고 IPO는 천천히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IPO 주춤 분위기로 생태계 내 자금 순환이 꽉 막힌 ‘동맥경화' 현상이 이어질 거란 분석이다.

다른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창업 초기부터 상장해 꾸준히 성장을 이어가는 스타트업이 많은데 한국은 적자면 사실상 상장을 못하는 구조다"라며 "상장 문턱을 낮춰줘야 비바리퍼블리카나 컬리같은 적자가 많고 성장 가능성도 높은 스타트업도 빠르게 IPO에 도전하고 자금 순환이 이뤄질 것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