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사회적경제 활성화가 본격화한 해였다. 정부는 다양한 정책들을 제시했고, 현장은 연대와 협력으로 여러 난제를 돌파하고자 노력했다. 사회적경제가 시민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도 멈추지 않았다. 이 같은 변화들이 2020년 사회적경제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로운넷>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진단을 통해 2020년에 펼쳐질 사회적경제를 전망해봤다.

 

사회문제가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그 내용도 다양하고 복잡해서 이제는 전통적인 복지만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다. 사회문제가 복합적인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사회문제가 경제와 연결돼 있어서, 금융 경영 등의 시장적인 방법들을 활용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이 많아지고 있다. 사회투자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임팩트금융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사회적금융이라고도 불리는 임팩트금융은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경제 방법론들이 일찍부터 발달한 유럽에서 발전해 전 세계로 그 영역을 확장하면서, 마이크로크레디트, 크라우드펀딩, 지역금융, 임팩트투자, 소셜뱅크, 사회성과연계채권(Social Impact Bond, SIB)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가고 있다.

임팩트금융의 성장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2014년 460억 달러에 불과하던 세계 임팩트투자 운용자산의 규모는 2020년에는 5,000억 달러가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팩트금융의 첨단상품인 SIB는 10년 전 영국에서 처음 시도된 이래, 지금은 세계 25개국에서 137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설립된 소셜뱅크들의 연합체(Global Alliance for Banking on Value, GABV)는 회원은행이 현재 55개나 된다. 이 은행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매년 20%~30%씩 성장하면서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소셜뱅크들의 연합체(Global Alliance for Banking on Value, GABV)는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2009년 설립됐다.

이제 임팩트금융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유용한 수단임을 증명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경제 성장전략의 일환이며 경제의 한 단위로서 자본주의의 한계를 보완하는 산업으로써 정착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에 사회연대은행 신나는조합과 같은 민간 비영리기관들이 마이크로크레디트 업무를 개시한 이래, 휴면예금법, 사회적기업육성법, 협동조합기본법, 크라우드펀딩법, 서울시 사회투자기금과 같은 제도적인 기반이 마련됐다. 정부가 2018년 2월 사회적금융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기업 금융회사들과 모태펀드와 한국성장금융과 같은 공적인 영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임팩트금융 시장이 크게 확장할 수 있었다.

국내 임팩트금융의 두드러진 점은 정부 주도적이라는 점이다. 정부의 지원으로 임팩트금융은 빠른 시일 내에 인지도를 높이면서 재원공급을 확산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발생되는 정책의 변동으로 일관성 있는 행정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서 분절적으로 만들어진 법과 제도는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공급위주의 정책으로 정작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요한 생태계조성은 미흡했다. 지나친 정부주도는 공정사회(公定私會)의 구조를 만들어, 민간이 정부에 끌려가면서 역량을 구축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목표는 경제성장과 민주화였다. 1987년 민주화 항쟁으로 민주화는 진전됐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다양한 사회문제가 불거지면서 성장 속에서 사회구성원이 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만드는 게 사회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사회적가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건 우연이 아니다.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는 사회 경제 문화적인 격차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투자와 임팩트금융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중장기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 성공사례를 보여주고 있는 소셜뱅크와 SIB를 국내에 도입하는 것을 보다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민간과 공공부문의 적절한 역할 분담과 파트너십이 작동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장기적인 계획 하에서 민간의 역량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임팩트금융이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종수 IFK임팩트금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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