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적은 콘텐츠기업? '빛 좋은 개살구'

국내 콘텐츠기업의 자금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자금 집행과 민·관 협력 등 적극 행정이 요구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새해 발간한 '콘텐츠금융 생태계 조성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콘텐츠기업 가운데 77.8%가 부채비율 10% 이하를 기록했다. 부채비율 50% 이하까지 범위를 늘리면 93.1% 기업이 해당한다.

명지대 연구팀은 출판, 만화(웹툰·애니매이션 포함), 방송, 영화, 게임, 음악 등 분야에서 총 1000개사를 조사했다. 조사 대상 기업의 73.6%가 자기자본 5억원 이하 업체다.

연구팀은 콘텐츠 기업 부채비율이 낮다는 것은 금융권 대출 등 외부 자금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우리나라 산업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2018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외부감사법인(외감기업) 전체 부채비율은 평균 91.5%다. 중소기업 가운데 비제조업의 부채비율은 196.8%에 달했다.

연구팀은 “매출액과 임직원을 구분해서 분석해도 콘텐츠 기업의 부채율은 전체 평균에 속하는 사례가 적었다”면서 “콘텐츠 기업 전체가 차입이 쉽지 않음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콘텐츠는 특성상 완성하기 전까지 무형자산으로 평가되는 사례가 많다. 제도권 금융과 보증을 받기 어려운 이유다. 법인이 아닌 개인 명의의 조달 비중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이 아닌 대표나 직원 이름으로 대출을 받은 사례가 전체 371건 가운데 21%에 달했다. 연구팀은 “콘텐츠 기업 명의로 자금 조달이 어려움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콘텐츠 분야 가운데 외부 투자가 가장 활성화됐다고 할 수 있는 게임 역시 최근 2~3년 동안 심각한 '돈맥경화' 상태를 보이고 있다. 벤처투자정보센터에 따르면 벤처캐피털(VC) 업종별 신규투자 비중에서 게임 분야는 2019년 11월 기준 2.9%를 기록했다. 2014년에 10.7%를 차지하던 비중이 2015년 8.1%, 2016년 6.6%, 2017년 5.4%, 2018년 4.1%로 크게 줄었다.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 대형 업체는 사실상 게임 퍼블리싱 사업을 중단했다. 퍼블리싱 사업은 중소 게임사들이 신작을 개발할 수 있는 자금줄인 동시에 기업 인수합병(M&A)의 시작점이다. 넷마블을 최근 웅진코웨이를 1조74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는 등 콘텐츠 산업 밖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연구팀은 △민간금융권, 대기업과 협조·상생 체계 구현 △콘텐츠 분야 정책금융 시스템 완비 △콘텐츠금융 생태계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정책금융 혁신방안 마련을 해결책으로 꼽았다.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CJ ENM 등 대형 기업이 기업형벤처캐피털(CVC) 형태로 콘텐츠 산업에 투자하자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대기업과 협조해 콘텐츠 산업으로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민관콘텐츠정책금융협의회' 구성을 제안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이 참여하는 협의회다. 산업계와 금융권에 콘텐츠 산업의 중요성, 미래 성장 가능성을 설득하여 협조를 끌어내는 역할이다.
연구팀은 “국내 콘텐츠 기업의 92% 이상이 '10-10-10(자본금·매출액·종업원 10억원 미만)'”이라면서 “문화계정 자펀드를 통해 매년 약 20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가 집행되고 있지만 당해 청산되는 펀드를 대체할 신규 펀드 조성이 필요하다”며 모태펀드 문화계정 추가 출자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지스타 2019 넷마블 부스에서 매직: 마나스트라이크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제2의 나라 등 게임을 즐기고 있다. 부산=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지스타 2019 넷마블 부스에서 매직: 마나스트라이크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제2의 나라 등 게임을 즐기고 있다. 부산=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