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쿠르트, 본업 갉아먹은 벤처투자

씽크써지컬, 당기순이익 -557억 원, 순자산 -772억 원...한국야쿠르트 수익성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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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쿠르트가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 22.6% 감소라는 저조한 실적을 받아 들었다. 자회사인 씽크써지컬(Think Surgical Inc)이 557억 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야쿠르트는 양기락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2011년 수술로봇 기업 큐렉소의 지분 21.45%를 매수한 바 있다. 씽크써지컬은 큐렉스의 미국 자회사다. 씽크써지컬에 대한 한국야쿠르트의 출자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2014년 관계기업에서 2016년 종속기업으로 편입됐다.

그러나 부진한 실적이 이어짐에 따라 한국야쿠르트가 본업으로 창출한 순이익이 고스란히 씽크써지컬 투자금액으로 빠져나가면서 '밑빠진 독에 물붓기'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한국야쿠르트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8년 기준 한국야쿠르트의 매출 규모는 1조357억 원, 영업이익 1011억 원, 당기순이익 규모는 356억 원으로 집계됐다.

매출 규모는 직전년도(1조314억 원) 대비 0.4%가량 증가했지만, 영업익(1082억 원)과 당기순이익(460억 원)은 각각 6.5%, 22.6%씩 감소한 규모다. 특히 매출 규모 대비 매출원가(3473억 원)의 비중인 '매출 원가율'이 33.5%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당기순이익 규모는 매우 저조한 상태다.

한국야쿠르트가 1조 원대 매출을 기록하고도 종속회사로 편입돼 있는 씽크써지컬의 과도한 적자 영향 탓으로 보인다.

씽크써지컬은 한국야쿠르트가 2011년 21.45%의 지분을 인수했던 의료로봇 제조사인 큐렉소의 미국 계열사다. 당시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던 양기락 현 한국야쿠르트 부회장은 타 산업군에 비해 보수적으로 평가되는 식품업계에서 공격적인 사업다각화를 모색하며 주목을 끌었다.

실제로 한국야쿠르트는 큐렉소 지분 인수 이후 씽크써지컬에 꾸준히 투자해왔다. 한국야쿠르트가 보유한 지분은 관계기업으로 분류됐던 2014년 4.46%에서 2015년 23.51%로 늘었고, 2016년엔 2454억7469주, 33.9%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서 종속기업으로 편입됐다.

한국야쿠르는 씽크써지컬에 2014년 72억 원, 2015년 538억 원, 2016년 463억 원을 출자했는데,출자 규모가 커지면서 최대주주 역시 큐렉소에서 한국야쿠르트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한국야쿠르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씽크써지컬의 당기순이익 적자 규모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씽크써지컬의 당기순이익은 관계기업으로 편입됐던 2014년 -224억 원에서 2015년 -253억 원으로, 1년 사이 적자규모가 30억 원 확돼됐다. 종속기업으로 편입된 해인 2016년에도 49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2017년과 2018년에도 각각 507억 원, 557억 원의 적자를 올렸다. 씽크써지컬의 적자 규모는 4년 사이 333억 원 늘어났고, 이 기간 누적 적자 규모는 2036억 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씽크써지컬의 매출 규모는 꾸준히 증가했으나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2014년 4억 원이었던 씽크써지컬의 매출 규모는 지난해 42억 원으로 38억 원 늘었다.

씽크써지컬의 적자는 한국야쿠르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종속회사 편입 이후 한국야쿠르트의 지분법 손실 가운데 80% 이상이 씽크써지컬로부터 발생했다.

2016년 씽크써지컬의 지분법손실 규모는 313억 원으로 한국야쿠르트 자회사의 지분법손실 총액 319억 원 중 98.2%를 차지했다. 2017년엔 총 손실 471억 원 중 87.1%인 411억 원, 2018년엔 514억 원 중 83.3%인 428억 원이 씽크써지컬로부터 발생됐다. 

자본상태 역시 부정적이다. 지난해 씽크써지컬의 자산 규모는 225억 원인데 그 중 부채가 997억 원, 순자산 규모가 -772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이는 직전년도(자산 277억 원, 부채 477억 원, 순자산 -199억 원)보다도 악화된 것이다.

씽크써지컬의 지분법적용투자주식 장부금액은 0원으로 전환됐다. 한국야쿠르드가 보유하고 있는 씽크써지컬의 지분 33.9%의 취득원가는 1074억 원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지난해 말 기준 씽크써지컬의 장부금액은 0원이다.

이러한 재무건전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한국야쿠르트의 지원 사격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2014년 219억 원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총 1462억 원을 씽크써지컬에 단기대여했다. 씽크써지컬은 2016년 대여했던 금액을 모두 상환했다가 2017년 428억 원, 2018년에465억 원을 추가 대여해 총 894억 원을 대여받은 상태다. 

게다가 한국야쿠르트는 감사보고서를 통해 지난 2018년 12월 열린 이사회 결의에 따라 씽크써지컬이 발행하는 무조증전환사채에 5000만 불(5월14일 기준 한화 약 590억 원)을 추가로 투자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의료로봇이라는 사업 분야의 특수성 때문에 씽크써지컬의 실적 악화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시연 기자 si-yeon@datanews.co.kr